나를 말한다
나를 말한다
  • 정수미 미술칼럼리스트
  • 승인 2010.06.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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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은 누군가에게는 판타지이고, 누군가에게는 최첨단의 트랜드를 알게 해주는 정보통이다. 또 동시에 패션사진은 상품판매를 촉진시켜 여러 산업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패션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모든 아름다움과 기교 등을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대의 패션이 산업과 예술 그리고 현대문화를 재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패션은 이제 단순한 재봉이 아니라 디자인이며 더 나아가 ‘신체가 입는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은 순수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과 예술의 그 경계를 허문다. 일례로 영국의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옷이 유행을 휩쓸 무렵, 팝 아트를 차용한 펑키한 룩을 선보였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하위문화를 반영한 찢어진 청바지, 현란한 색의 티셔츠 등의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이었는데, 이것을 ‘오뜨 꾸뛰르’라는 하이 패션계에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비비안 웨스트우드였다. 가장 파격적이고 반항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고급미술계를 조롱하며 적극적인 대중문화의 수용과 함께 대량생산방식을 예술에 도입한 앤디 워홀을 차용한 것은 서로 비슷하게 닮아 있다.
앤디 워홀은 “미술은 패션 아트가 되고 있으며 그것이 미술이 가는 방향이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사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그러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으니 워홀의 앞선 시대감각을 새삼 깨닫게 된다. 1965년 입 생 로랑은 몬드리안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몬드리안 드레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요즘은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하거나 유명한 작품을 패션에 담아내기보다는 협업(Collaboration)의 형태로 소비자를 찾아온다.

협업(Collaboration)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따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브랜드가 손잡고 새로운 종류의 상품을 디자인해서 출시하는 것인데, 어느새 하나의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루이비통은 재패니즈 팝의 선두주자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손잡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가방을 선보였고 그 덕분에 젊은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며 수많은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였다. 더 나아가 2008년 루이비통은 항상 논란에 시달리는 미술가 리처드 프린스와 손잡고 ‘농담 시리즈 핸드백’을 선보였다. 잡지나 신문 등 대중매체에 실린 이미지를 다시 찍은 것을 ‘리포토그래피’라 칭하며 그저 다시 한번 찍었을 뿐인 사진이 온전히 자신의 작품이라고 발표하는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1949~). 그는 루이비통을 위해 자신의 간호사 시리즈를 이용해 또 다른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에 질세라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가를 보유하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는 리바이스와 손잡았고, 미술계의 불량소녀라 불리는 트레이시 예민은 롱샴의 가방을 디자인했다.

몸과 젠더가 현대 사회의 이슈가 되면서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큰 수단으로 떠올랐다. 예술이자 상품이며 동시에 우리가 착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인 패션은 이제 문화의 최신 집결지로 떠올랐고 패tus사진은 시각이미지의 또 다른 핫한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입고 있는가? 혹은 당신은 어떤 패션 사진을 선호하는가? 이것이 당신이 누군지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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