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초대권 퇴출, 성공할까?
공연 초대권 퇴출, 성공할까?
  • 탁계석 음악평론가
  • 승인 2010.08.28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공립예술단체를 중심으로 공연 초대권 발행이 금지된다. 이는 지난 7월 1일부터 일부가 시행에 들어갔고 내년 1월부터 전면 실시된다. 문화관광체육부의 초대권 퇴출은 공연계 해묵은 관행을 고치려는 것이다. 시행 여하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겠다. 물론 일부 공연장에서는 이미 초대권 없는 극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하다.    그동안에도 초대권을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때마다 안내장을  교환해주는 등 편법을 낳았을 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공연문화의 선진화와 기피 사이
  사실 초대권 퇴출은 공연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얽히고설킨 난제들이 많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하나씩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초대권을 받아야 대접 받는다는 권위주의 인식이 깔려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단계의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국·공립예술단체가 시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이 애써 만든 예술 작품과 행위가 공짜 티켓으로 뿌려진다면 상식에도 맞지 않다. 모든 상품이 노력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소통이 이뤄져야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공짜심리는 예술 창작의 근본을 훼손하고 공짜에 길들여지면 관객개발도 그만큼 늦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왜 초대권이 남발되는 것일까.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 때문이다. 애초부터 상품성을 가진 공연과 자기발표회 공연이 동일한 극장에서 이뤄지고 있어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초대권은 공짜 심리외에도 가격 부풀리기의 원인을 제공한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티켓이라면 가격이라도 높여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속셈이다. 급기야 비싸야 잘 팔린다는 ‘졸부 마케팅’ 또한 가격상승을 부추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티켓은 시시한 공연으로 치부되고 만다. 관객들은 입장료 때문에 극장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공연장 기피를 만든다는 점에서 줄곧 제도 개선이 요구되어 왔다. 

거품 빠진 공연으로의 정착
  이번 국·공립 단체(국립합창단, 오페라단, 발레단, 국립극장 등) 초대권 발행 금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작품 완성도가 높아 질 것이란 기대다. 이는 오롯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승부수를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험 작품이 줄고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 많아질 위험도 있는데 이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간 무료 초대가 많았던 국악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유도장치가 필요하고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합당한 가격이 책정되면 거품은 빠진다. 아무래도 티켓 사서 오는 청중은 관람태도가 초대권 관객과 달라 질 높은 공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로써 좋은 공연문화가 정착될 것이란 기대다.
이미 극장문화가 정착된 유럽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초대권’이 무슨 말인가? 반문할 정도로 초대권 자체가 발행되지 않고 있다. 함량 미달 공연을 과포장하고 한탕주의로 돈을 벌려는 행위는 빈곤의 악순환을 낳는다.
  기업이 스폰서 지원을 할 때에도 우수한 예술단체에 지원을 해 건강한 문화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원을 하면서 주최 측의 고액티켓을 받고 기업은 이를 고객사은에 활용하면서 내용은 별 것 없으면서 가격만 잔뜩 부풀린 티켓을 초청 형식으로 주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공정한 사회가 되는 공정한 문화
  ‘초대권’은 고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선호한다. 실제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압력성 전화를 걸어와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초대권은 지역 공연장으로 갈수록 심하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사정은 초대권이 없으면 공연이 이뤄질 수 없을 정도다. 
  금호아트홀, LG아트센터가 출발부터 초대권없는 극장을 선언한 것은 모범이다. 양평 서종면에 한 달에 한 차례씩 하는 문화모임 사람들의 ‘우리동네 작은 음악회’는 꼬마 관객들에게도 작은 비용을 지불하게 해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사실 공짜 심리가 확대된 것은 KBS의 <열린음악회>가 아닐까 싶다. 야외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일반에게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만시지탄이지만 문화부의 초대권 폐지는 환영할만한 일이고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바른 공연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 이제 G20을 개최할 만큼 우리의 국제 위상이 높아졌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격을 갖추려면 이런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초대권 하나 없애지 못한다면 어찌 글로벌 국가라 하겠는가. 때마침 8.15 경축식에서 이명박 대통령께서 ‘공정한 사회’로 가야 한다고 했듯이 모두가 수긍하는 합리적인 틀을 만드는데 초대권 문화도 일조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미래 변화의 물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