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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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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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점, 토익 등 영어나 외국어 성적, 각종 자격증 등을 올리고 따기 위해 밤낮이 없다. 심지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개성 있게 보이기 위해 마술이나 칵테일 자격증을 따는 대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스펙 쌓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대학생 각자가 결정할 몫으로 남겨 두겠다. 다만 어떤 스펙이 되었든지 스펙 쌓기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성과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스포츠계와 기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것이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에 스포츠나 경제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좋아서 즐겨야지 단지 성적을 위해서, 1등을 하기 위해서 한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축구팀이 16강에 들고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트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 마음에 축구를 즐기고 스케이트를 즐기고자 하는 건강한 욕구가 아니라 외적인 성과만을 성취하겠다는 욕망을 일으키는 자극으로 사용된다면 불행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물론 그러한 욕망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할지 모른다. 무섭도록 열심히 연습하여 세계적 기록을 갱신하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이 있게 될 것이다. 경쟁의 대열에 합류한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만이 1등을 하게 된다. 1등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걸었던 나머지 사람들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스펙을 써먹을 곳에서는 스펙의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값에 관심을 둘 뿐이다. 일정한 스펙을 쌓으면 결과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기업에서 선발하는 신입사원의 수는 일정하게 결정되어 있다. 토익점수가 900점이라도 대학생의 절반이상이 900점을 받는다면 의미있는 점수가 되지 못한다. 모두가 스펙 쌓기에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한 스펙의 인플레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가 TV에 뉴욕에서 감자 깎는 칼을 파는 노인의 인터뷰가 방영된 적이 있다. 비록 감자 깎는 칼을 팔지만 행복해 보였다. 인터뷰 중에 진행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 매일 감자 깎는 칼을 파는 것이 지겹지 않으세요? 좀 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으세요?” 그러자 그 노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면 돼요”라고 대답했다. 참고로 그 할아버지는 감자 깎는 칼만 팔아서 번 돈으로 훌륭한 저택에서 살고 고급 양복을 입고 좋은 식당에서 부인과 저녁을 먹으며 손녀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든 경영이든 즐길 수 없다면, 단지 특정한 성과만을 위해서 한다면 삶은 얼마나 고단하고 삭막한가. 무엇이든 강요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 그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스펙을 쌓은 일이든 자기만의 가치관에 따른 다른 일이든 즐기도록 하자. 어떤 일을 하든 그 자체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귀중한 삶이다. 달리 더 귀중한 삶이 있고 그것을 위한 준비의 삶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행위는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이며, 성과까지 좋다면 그것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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