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 폐지한 예대 입시, 시기상조일까
실기 폐지한 예대 입시, 시기상조일까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9.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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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오는 8일부터 일반 학생과 파트너십 전형 대상자 위주의 2011학년도 신입생 2학기 1차 수시모집을 시작한다. 모든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신입생 맞이 채비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바뀐 입학전형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입학전형은 실기 없이 예대 학생을 뽑는 전형 방식이다.

 

이렇게 바뀌게 됩니다
우리대학 2011학년도 정시 전형에서는 모든 디자인계열 학과의 실기고사가 폐지되고 수능 70%, 학생부 30%로만 신입생을 선발하게 되는 것으로 조정됐다. 경희대학교와 한성대학교 역시 미대입시 전형에서 실기 비율을 축소할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경희대학교는 60%→50%, 한성대학교는 70%→60%로 그 비율을 소폭 하향조정한 것에 그쳤으며, 디자인 계열 실기과목에는 전혀 변동사항을 두지 않았다. 이러한 타대학의 예시로 미루어 보면 우리대학 2011학년도 예대 정시전형 실기전형 반영 비율은 가히 파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대학 예술대학에서 시행해 온 사업과 지금까지의 예대 신입생 선발 전형을 살펴보면 아주 파격적인 시도는 아니다. 2009학년도 신입생 예술대학 입시에는 모든 지원자가 실기전형을 치러야 했지만 2010년부터 디자인계열 학과 신입생 선발 전형을 실기전형, 비실기 전형으로 나누어 일부만 실기를 치르게 하는 등 점진적으로 실기고사를 축소화 해 온 것이다. 특히 의상디자인학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예술대학 특성화 사업 지원을 받아 실기 없이 오직 수능을 통해 ‘개방형 학생선발’이 이뤄져 왔다. 박현신 교무과장은 “시대가 변화하며 추구하는 디자인상도 변화가 일었는데 단지 그림실력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실기전형 폐지가 불가피한 시대임을 이야기 했다.
 
왜 실기전형을 없애는가?
사실 수험생의 예대 입시 준비는 학교 공교육보다는 학원 사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입시전문 학원비는 통산적으로 계산했을 때 4주 기준 40~50만 원대, 그리고 수능 후 실기시험이 이뤄지는 11월부터 두 달 동안은 10주 기준 300~400만 원의 비용이 투자된다. 이렇게 과열된 예대 입시 실기 사교육은 학부모에게는 크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기전형 축소는 예대 입시를 준비하는 가정의 부담을 줄일뿐만 아니라 공교육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영진 입학관리과장은 “그동안 부담스러운 실기 교육 비용 때문에 정말 미술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미술교육의 기회를 개방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둘째로 수험생에게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예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서현(서울예고 조소과) 양은 “매일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입시 실기를 준비하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수능 준비도 해야한다. 다른 학생들이 입시를 ‘머리싸움’이라 한다면 예대 입시 준비생은 ‘체력싸움’이라 해야 할 것”이라며 체력적으로 힘든 수험생들의 상황을 묘사했다. 그동안 대부분 대학의 전형은 수능과 실기 반영 비율이 보통 50:50으로 두 개의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멀티’학생이 돼야만 했지만 수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그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대학에서 실기전형을 없애는 것은 ‘창의력 있는 학생 육성’이 가장 큰 이유다. 김영진 입학관리과장은 “실기고사 폐지는 창의적 지식인 육성이라는 우리대학의 목표에 부합한 것”이라며 “2008년도 3.28:1에 그치던 의상디자인과 경쟁률에 비해 2009학년도 전형결과가 4.09:1로 높아졌을 정도로 수험생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올 해도 경쟁률이 증가할 것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미술대학에서 창의성의 중요도에 대해 박현신 교무처장은 “많은 학생들이 공교육 기관을 거쳐 대학에 오다보니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이 거의 비슷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실기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의 작품에서 신선한 표현이 나타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전형방법이 결정되기까지 여러 장애물 또한 있었다. 전형에 대해 논의하면서 실기를 폐기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것이라는 의견이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수험생의 평소작품을 담은 포트폴리오 평가, 심층면접 등의 방법이 논의됐지만, 공정성의 문제로 쉽사리 결정되지 못했다. 박현신 교무처장은 “어차피 지금의 입시로 학생의 창의성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정말 미술교육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창의력을 기반으로 양성해 나가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른 학과에도 적용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기술적 표현이 필요한 동·서양화에 비해 사회변화, 사고, 문제 해결능력 등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디자인 분야에 가장 적합한 전형방법이라 생각하여 디자인 계열 학과에만 적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직도 보안해야 할 문제는 존재
실기전형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법에 기대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되는 점 또한 없을 수 없다. 올해 우리대학 비실기 전형을 통해 디자인 학부에 입학한 한 1학년 학우는 “예대 입시는 수험생 50%는 붙고 50%는 떨어지는게 당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며 “어차피 예대는 예대 입학을 준비한 학생들이 오려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고려해 실기가 아깝지만 비실기전형을 노려 입학했다”고 전했다. 2010학년도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시 경쟁률이 약 120:1이었던 전례를 보면 수험생에게 경쟁률의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2010학년도 전형결과를 살펴보면 실기전형이 8.79:1인 반면 비실기전형은 5.1:1로 경쟁률이 낮아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편법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 우려가 된다.
또한 디자인학과 입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프리스쿨(Pre-school)의 운영도 원활하지 않다. 프리스쿨 운영기간이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인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프리스쿨이란 실기전형 없이 디자인계열학과에 입학한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수업을 하는 것으로, 비실기전형 합격생이 입학 후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프리스쿨을 체험해 본 디자인학부의 또 다른 학우는 “고작 1주일동안 진행한 수업만으로는 미술 실기 경험이 풍부한 다른 학생과 같은 커리큘럼을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역시 창의성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해 미술대학 ‘일반 과별모집 전형’으로 실기평가 없이 미대 정원의 17% 학생을 선발, 2013학년도 입시까지 모든 미대의 실기전형을 폐지할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홍익대학교는 지난해 미대 입시 비리로 내사를 받은 적이 있어 새로운 전형에 학교 내부 뿐만이 아니라 학계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실내디자인과 김명옥 교수는 “우리대학 역시 시행 전 전형 점검에 있어 아직 교수진과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2011학년도 신입생 모집 이전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쟁체제로 사회가 바뀌면서 ‘기술’보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왔다고 할 정도이다. 그만큼 창의적인 학생 육성은 필수이며,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입시를 겨냥한 편법이 팽배한 극한경쟁 시대의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이용돼 일시적 ‘실험’을 위한 전형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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