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름없는 백성의 이야기
<아저씨>, 이름없는 백성의 이야기
  • 유재원 <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 저자
  • 승인 2010.09.0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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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폭력이 난무하고 의리, 도덕, 인간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들의 막가는 인생을 그린 이 영화가 왜 그리도 오늘날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는 걸까?
<아저씨>의 첫 무대는 가난이 졸졸 흐르는 달동네의 어둡고 초라한 전당포다. 전당포는 가난한 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해 고리대금으로 상당한 폭리를 취하는 장소다. 재산 소유가 금지되어 농사도 못 짓고, 차별 때문에 떳떳한 직업마저 가질 수 없었던 유대인들이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전당포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유대인들은 자본주의의 지배자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유태계 세계 금융 재벌들의 산실이 바로 전당포인 것이다.
이 영화의 문법은 단순, 명료하다. 영화 속에서 악인과 영웅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세상에 쓸모 없는 ‘루저(loser: 패배자)’ 한 명을 죽여 그 장기로 세 사람을 살리는 것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차피 버림 받은 아이들을 죽여 돈 버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다!)고 뻔뻔하게 반문하는 악당도 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아내를 잃고 그 이후의 삶에서 그나마 정을 붙이며 살던 어린 소녀를 빼앗기게 된 ‘태식’의 잔혹함은 그런 악당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화면에서 아무리 잔혹한 장면이 나와도 관객들은 마냥 통쾌할 뿐이다.
영화 속에서 소미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림 받은 아이다. 옆집 전당포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각막을 팔아 먹으려는 악당들에 의해 비참한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다. 주인공 태식은 경찰과 조폭, 양쪽의 추격을 받는 절박한 상황에 빠져 있다. 그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외로운 영웅이다. 이는 오늘날 나라의 보호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면서 온갖 악당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처지와 닮아 있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지금 ‘태식’과 같은 초인적인 영웅의 출현을 간절하게 바란다. 특히 아무리 노력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가 주인공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악당들은 그냥 조폭이고, 경찰은 그냥 경찰이다. 그나마 이름을 가진 인물은 ‘소미’와 ‘태식’뿐이지만 이들의 이름마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름 없는 백성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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