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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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리혜 교수
  • 승인 2003.11.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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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혜 교수의 심리특강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1. 불안을 이해하라:  책을 읽든지 인터넷을 뒤져서 '불안'이라는 현상을 샅샅이 이해한다.
2. 불안해 진다 싶으면  "떠는 게 당연하지. 내게 중요한 순간이니까."라고 자신에게 두세 번 말해 주고 그냥 한 발자국 물러나 불안을 '지긋이' 바라본다.
3. '할 일'에 집중한다. 가령 세미나 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처음엔 내 말의 포인트를 얘기해야지. 말을 그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본 다음 예를 들면서..."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4. 상상으로라도 미리 리허설시간을 가진다. 떨리면 잠시 쉬고 조금씩 천천히 진행한다. 가능하다면 의상리허설을 강력 추천한다.
5. 주위 사람들에게 '떨린다'고 고백한다. '실은 나도 떨려.'라면 손을 잡아 준다. '난 하나도 안 떨리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의 뒤꼭지에다 대고 '그래, 니 X 굵다.'고 (물론 속으로) 말해 준다.
6.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에 둔 친구에게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봐.'라고 말하지 말 것. '최선을 다하는 것, 알지?'나, '기도해 줄께' 등의 말이 진부하다면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께.'는 어떤가?

A양: "세미나 시간에 너무 괴로워요.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려서.. 친구들과 교수님이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요."
B양: "어제 채용면접에 갔었는데 제 순서 바로 앞 사람이 들어가 있는 동안 어찌나 떨리던지...'긴장을 풀어. 떨면 안돼'하는데 더 떨리는 거 있죠."
C양: "연합동아리에 가면 짝사랑하는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 앞에서는 그만 얼어 붙어 버려요. 다른 남자들에겐 스스럼없이 굴고 귀염도 잘 떨면서."
D양: "교회에서 여럿이 둘러 앉아 성경말씀을 내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 차례로 얘기할 때면 너무 긴장이 되어서 앉아있기가 힘들어요. 화장실 가는 척하고, 또 휴대전화 받는 척하고 일어서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세미나 시간에 괴로운 나머지 엉엉 울어버리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면 모를까 A양은 정상이다. 면접 때 앞이 캄캄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모를까 B양은 전형적인 '표준인'이다. 다른 때는 스타일리시한 옷과 화장을 자랑하지만 좋아하는 오빠를 보러 가는 자리에서는 엽기차림이라거나 치명적인 말실수를 연발한다면 모를까 C양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D양도 마찬가지다. 불안이 심해서 자신의 능력(혹은 매력?)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될 때만 불안은 문제이다.
다들 "불안이 싸악-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떨거나 긴장하지 않았으면 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불안은 삶이라는 패키지속에 default로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영구추방이란 없다. 한 두 번 약물의 도움을 받아 불안상황을 헤쳐 나오더라도 '중독'이라는 더 큰 함정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 불안을 일으키는 일들이 밑도 끝도 없이 생기는 데 오늘 약물(술일 수도 있다)이 도움이 된다한들 다음엔 어떡할 건가? ..
그런데, 사실은, 불안은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시험에 떨어질까봐) 불안해서 공부한다. (큰병에 걸렸을까봐) 불안해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안 속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필자가 치료했던 유명가수는 아직도 라이브공연 전에 화장실에 간다. 너무도 떨려서 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무대에 올라서면 '딴 사람'이 된다. 모 호텔의 연회담당은 '대인공포증'이 있지만 고속 승진했다. 빨개진 볼을 하고 손님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란다. 불안은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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