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와 자율적 공급을 위하여
현명한 소비와 자율적 공급을 위하여
  • 이인권(한국경제연구원)
  • 승인 2010.10.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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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허와 실

동제도의 개념 및 기대효과
오픈프라이스 제도란 제품에 제조업체가 권장 소비자가격 혹은 희망 소비자가격 같은 기준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대신 최종 판매업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1999년 처음 도입되어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시행되었는데, 2009년 7월 8일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이 개정되면서 247개 품목이 추가되어 지난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체가 설정하는 권장소비자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높게 설정되어 대폭 할인된 것처럼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으며, 제조업자가 소매점의 가격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있어서 소매점 간의 가격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통하여 시장경쟁 촉진 및 소비자 잉여가 증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조업자가 소매점의 가격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고, 소매업체 간의 가격 경쟁 심화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격에 초점을 두는 업체와 가격 외 서비스에 집중하는 업체 간의 차별화도 분명해져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해당사들에게 미치는 영향들
동제도가 소비자, 제조업체 및 소매업체에 미치는 효과는 다양하다. 오픈프라이스제도 하에서는 할인율을 규정하는 기준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권장소비자가격과 함께 할인율이 동시에 제시될 때에 비해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된다. 제품 품질 평가에 있어서 소비자의 가격의존도가 감소되고, 결과적으로 상표명과 점포이미지, 제품성분 정보, 제품보증, 광고비 등 비가격요소에 대한 평가 동기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오픈프라이스제도가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제조업체들은 여러 소비자층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신제품개발과 제품다양화를 보다 중시하게 될 것이다. 가격결정권이 소매업체로 이전됨에 따라서 소매점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통제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프라이스제도 하에서는 제조업체의 가격표시가 배제됨에 따라 마진 결정에 소매업체의 재량권이 상당히 확대될 것이다. 경제적 보상력에 의한 소매업체 통제가 약화됨에 따라 제조업체는 전반적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매점 서비스를 증가시킬  요인도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제도 하에서 소비자는 할인가격 형태로 제시되는 가격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 도입 후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매업체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하여 보다 많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의 한계 및 정책대안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권장소비자 가격에 대한 획일적 금지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사업자가 권장소비자가격의 표시를 통하여 대리점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로, 이것은 재판매가격의 유지를 우려한 것이다. 사업자가 표시한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표시가 가격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의 후생을 줄일 수 있다는 논거의 타당성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2007년 6월 28일, 미연방대법원은 Leegin 사건에서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에게 일정한 가격을 설정하여 그 이하의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100년 가까이 원칙적으로 반경쟁적 행위라고 판단해 종전 평가기준을 바꾸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바 있다. 유통업자가 생산업자로부터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받으면, 유통업자는 이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하여 이 상품의 판매 서비스를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유통업자는 판매마진이 낮은 다른 대체상품보다는 판매마진이 좋은 이 상품의 판매에 매진하게 되고, 이 상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산업자의 총판매량은 증가하게 되어 생산업자도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상품에 따라서는 생산업자가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일반 판매 서비스보다 유통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판매전 특별서비스는 소비자의 후생 증대뿐만 아니라 판매량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판매가격유지행위는 판매촉진의 노력 없이 가격할인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유통업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억제하여 브랜드 간의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의 표시 금지는 소비자 잉여를 포함한 사회적 후생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강제적으로 권장소비자 가격의 표시를 금지하기보다 제조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합리적 이유 없이 실제거래가격과 권장소비자 가격이 지나치게 큰 괴리를 보일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이 공정거래법의 부실표시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소비자,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고, 선험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도 운영은 보수적이어야 한다. 또한 원칙적으로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의 가격책정 및 표시는 자율적이어야 한다. 가격책정 및 표시의 자율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과도기적으로 오픈프라이스제도 운영의 내실화를 위하여 몇 가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독점적인 유통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자들에 대하여 유통업자들에 대한 가격 간섭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동일 브랜드 양판점, 가격디스카운트 스토어, 회원제 창고형 등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제조업자들의 부당한 가격설정 등을 견제토록 하는 기능 및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에 대한 가격정보 확대를 통한 가격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판매업소별 판매가격의 차이로 소비자들이 이러한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판매업소간의 비교 판매가 등의 유통가격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유통가격정보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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