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욕망과 생명사이의 위험한 공존, 카렌 족의 목걸이
[페미니즘] 욕망과 생명사이의 위험한 공존, 카렌 족의 목걸이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10.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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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가무잡잡한 피부를 하고 있는 여성이 평상같이 생긴 곳에 걸터앉아 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지만 색색의 매듭으로 장식된 머리칼을 지나 얼굴선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금색의 링 목걸이에 둘러싸인 길고 가는 목에서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 ‘길고 가는’ 목이 기준치 이상을 넘어서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위의 문단은 미얀마와 타이에서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카렌(파다웅) 족’의 한 여인을 묘사한 것이다. 타이 북북 지방의 고산족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카렌족은 그들만의 독특한 풍속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어릴 때부터 여인에 한해 놋쇠로 된 링을 목에 걸어서 목의 길이를 늘이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목의 길이가 길수록 사회적 지위 또한 높다는 것을 뜻하며, 또한 목이 긴 것이 미인의 기준이기에 그녀들은 필사적으로 목에 링을 채운다. 하지만 이 기이한 풍습이 여성에게만 한정된다는 것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비록 지금은 사라져가는 관습이라 하나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하나씩 목에 링을 걸어 얼굴 길이보다도 더 긴 목을 한 채 휘적휘적 걷는 그녀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생소한 풍경이다.
   카렌족의 목걸이는 그녀들에게 있어서 지위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결집체라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대의 우리들이 아름다움과 사회적 지위를 뽐내기 위해 발이 망가지는 것을 감수하고 하이힐을 신는 것처럼 그녀들은 자신의 머리무게마저 지탱하지 못하는 목뼈를 만들어간다. 그 목걸이는 착용자들에게 지위와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대신, 기형적으로 변한 목뼈가 언제든지 부러질 수 있다는 위험한 외줄타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흡사한 예를 이제까지의 주제들을 통해 많이 찾아봐왔다. ‘아름다움’이라는 가변성의 가치기준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의 신체를 훼손시켜가며 안간힘을 쓰는 수많은 여성들. 그곳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그녀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리스 시대의 무형의 ‘프로크라스테스’를 만들어내고 그 침대에 자신들의 몸을 뉘여 스스로 사지를 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인종, 민족의 잣대에 상관없이 모든 문화는 편협적인 시각이 아닌 그들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의 상대성을 넘어서서 그 문화가 향유자들 본인의 생명마저 위협할 수준이라면 그 가치는 다시 한 번 생각되어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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