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달리 요즘 학생들의 경우 학점에 대한 반응의 민감도가 안쓰럽다는 느낌을 불러오게 하는 수준이라 문제를 출제할 때나 채점을 할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게 된다. 그래도 기말고사까지 마치고 나서 성적을 입력하고 나면 휴대전화와 메일함이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가 있다.
이에 채점의 편리와 이의제기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로 우리 대학 일부에서는 시험 문제를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한다든지 OX문제로 출제하는 경우가 있고, 이와 같은 과목을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문제의 출제 현상이 이러하다보니 전공과목일지라도 교수의 전공적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의 행간을 읽으면서 심도 있게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조교들이 번호 또는 OX가 맞는가만 확인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다양한 교과목들의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해 교과목의 성격상 부득이 객관식이나 OX문제로만 출제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의 자유 중 교수의 자유로 밖에서는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부분임은 당연하다.
요즘 아무리 취업학원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하더라도 학문을 교류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에 헌법의 학문의 자유 중 학문기관의 자유를 바로 대학의 자유로 인정하여 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감안한다면 대학 내 실시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단순히 점수를 주기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신의 전공분야 학문에 대한 성숙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전공에 대한 학부 수준의 심도있는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으로 출제, 평가되어야 함은 반론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제자는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수강자는 단순 학점을 따기 위한 방편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평가를 하고 평가에 응하는 측면이 다소라도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 내 대학이 존재하여야 할 의미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으로, 사람으로 친다면 자살행위라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다소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교수는 심도있는 방법에 의한 평가를 통하여 학생들의 학문에의 의욕을 고취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의 성숙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평가방법에 의하여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에 보다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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