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당선작> 낯섦의 미학-순천만에서
<제36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당선작> 낯섦의 미학-순천만에서
  • 이화윤(국어국문 07)
  • 승인 2010.11.2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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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빛 차가운 도시 안은 우리들의 무대.

브레히트 서사극의 해설자와 노래처럼
우리들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소음들은
모든 것을 낯설게 하기.

반복되는 낯섦이 지겨워
몸을 실은 월요일의 조용한 하행선 기차 안
큰 창밖으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붉고 누런 풍경은
또 다른 낯섦의 시작.

순천만의
길게 뻗은 길을 둘러싸고 있는 산,
그리고 그것을 에워싸며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열 맞춰 떼를 지어 날아가는 새소리,
길 옆 빽빽한 갈대들 사이로 오고가는 바람소리,
바다를 따라 흘러가는 물소리,
이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는 해지는 소리.

그동안의 고된 공연은 잠시 안녕.

그러나 이내 곧 들리는
너를 그리워하며 저벅저벅 걸어가는
내 발자국 소리.

드디어 수평선이 보이는 넓은 바다 앞에 서서
바다를 넘어서도 너에게로 닿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넘어 돌아와 우두커니 서있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내 뒷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기.

 

<시 가작 수상소감 - 삶의 일부분인 낯섦에서>

문득 ‘우리는 끊임없는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무대, 극본, 연출자, 연기자 없이도 이루어지는 그런 신기한 연극 말이다. 연출자와 연기자는 나 또는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 극본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갖가지 상황들에서 오고가는 수많은 말들. 주 무대는 아침, 저녁으로 늘 분주한 회색빛 건물과 매캐한 공기가 가득한 도시 안. 우리는 ‘일상’이라고 부르는, 그 무대에 너무 익숙해져 떠날 수가 없다. 그러나 때때로 나, 타인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상에서 소름끼치는 낯섦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럴 때면 우리의 무대는 더욱 고독해지고 상처로 가득해진다. 대게 이런 낯섦에 권태와 혐오를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광활하고 아름다운 낯선 풍경 속에서 우리는 더욱 초라하고 외로운,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차갑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낯섦보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비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낯섦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낯섦은 모두 삶, 그 자체다. 그렇기에 그 모두에서 우리는 ‘미학’을 수용할 수 있다고, 지난 중간고사 기간 훌쩍 떠난 순천여행에서 느꼈다.
졸업을 앞둬서인지 좁다란 길 위에 뒹구는 낙엽들과 덕성에서의 흩어 진 나날들이 몹시 아쉬운 겨울의 문턱에,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이런 기쁨과 함께 문학에 대한 애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덕성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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