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 규격대로 몸을 만들어라?
특명 : 규격대로 몸을 만들어라?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11.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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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걸그룹 ‘소녀시대’가 일본에 진출해 일본 열도를 달구고 돌아왔다. 소녀시대의 노래와 춤을 본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귀엽다!’를 외쳤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감탄한 것은 소녀시대의 다리였다. 하나같이 길고 가늘게 쭉 뻗은 그들의 다리를 본 일본인들이 우월한 신체길이에 찬사를 보내온 것이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늘씬한 다리는 성장단계부터 관리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소녀시대의 몸매를 만든 운동관리사는 ‘소녀시대 관리사’라는 명칭으로 소녀시대 못지 않게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몸을 ‘만드는’ 시대임이 당연하고, 모두가 몸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트렌드대로 만들어가는 몸
지금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명목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만 연간 200개 이상의 미인대회가 열리던 때가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뽐내는 미녀들이 주로 자랑하는 것은 “174cm에 34-24-34입니다!”였다. 풍만한 가슴둘레와 가느다란 허리를 자랑하는 이 수치는 미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치를 따라가기 위해 여성들은 밥 양을 줄이고 운동을 선택한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몸매를 만드는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강남에 위치한 ㅂ성형외과 코디네이터는 “쌍커풀 성형 다음으로 유방 확대수술에 관한 문의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몸을 규격대로 만드는 풍조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류배우들이 소년같은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탄탄한 근육을 자랑해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몸 만들기 열풍’도 함께 일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근육의 트렌드가 바뀌어 세심한 잔근육을 만드는 ‘타바타 인터벌 운동(신체 부분별로 짧은 시간 안에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과 같은 부분적 유산소 운동이 인기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휘어잡고 있는 몸 담론에는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몸은 우리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개성있고 평등한 몸이 아니라,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전시되고 욕망되는 ‘잘난 몸’이라는 것이다.

미디어가 부추기는 욕망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잘난 몸’은 일반 시청자들을 ‘좌절’시키기 충분하다. 시청자는 미디어가 제공한 극도로 좁은 영역의 모범 답안을 따라하기를 강요받는다. 심지어 미디어는 못생긴 남녀를 성격 파탄자로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공생 관계에 있는 몸 관련 산업의 생산품(운동, 지방흡입, 다이어트 보조제)을 소비하게 한다. 매일 클릭하게 되는 웹페이지에 주로 뜨는 다이어트 광고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일반 시청자는 미디어 속의 몸들을 따라가기 힘들다. 때문에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연예인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몸짱 아줌마가 주목받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를 보여줌으로써 미디어는 ‘따라하라!’는 압력을 더욱 강화한다. 사람들은 좌절과 강요의 순환을 거듭 겪으면서 몸 관련의 산업 생산품을 소비한다.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힘, 멋
최근 방송사는 걸그룹 아이돌의 신체 노출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각종 의견을 내놓으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가 비슷비슷한 미의 기준을 만들어놓고 노출하는 것을 멋이라고 생각하게 해놓고, 갑자기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미디어는 정형화 된 멋진 몸을 자주 노출하며 그것만 멋있다고 해왔다. 문제의 핵심은 멋의 다양함을 표현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대에 와서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더욱 불분명해지는 한편으로,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와 의존은 더욱 증가한다. 미디어가 확대하는 몸에 대한 관심과 ‘멋진 몸’에 대한 욕망은 신체 규격을 서열화한다. 서열화된 몸이 빚어내는 권력 관계야말로 미디어와 상품, 광고 산업이 공생하는 열쇠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수없이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디어에 의해 조작된 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가짜의 노예가 된 우리들은 결국 애초에 존재했던 진짜 몸의 가치는 보지 못하며, 가짜이미지가 진짜 현실을 가장하게 되며, 오히려 가짜를 더 선호하게 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 몸은 인간 정체성의 토대이며 문화의 인식과 상징적 표현 방식에 다양하고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시대 상품경제와 과학기술의 고도화 속에서 몸은 더욱 복잡한 의미를 지닌 문화현상이다.
   미디어가 주로 보여주듯 몸의 상품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멋으로 가치를 만들어 나갈 때다. 하나의 미적 기준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다양한 멋의 맛을 알게 해주는 단계로 우리 문화의 수준이 넘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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