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랑한 것은 특권이었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특권이었다
  • 유재원 교수
  • 승인 2010.11.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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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생명체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인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인류의 상상력을 지배해 왔다. 뱀파이어는 이미 메소포타미아와 히브리,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민담 속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성격의 뱀파이어는 18세기 초에 수집된 발칸 반도의 구비 문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한 생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면서 또 완전히 죽을 수도 없는 저주 받은 존재다. 다른 생명의 피를 먹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생명력은 온전하지 못하지만, 피를 마심으로써 젊음을 유지하고 긴 세월 동안 살아남는다. 뱀파이어들은 인간에 대해 적대적이다. 이들이 가장 시기하는 존재가 생명력이 넘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뱀파이어 이야기는 항상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뱀파이어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다. 더이상 혐오스럽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잘 생기고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카리스마와 매력이 넘치는 존재로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영화가 <트와일라잇>이다. 이혼한 부모를 가진 17세의 소녀 벨라는 어머니가 결혼하게 되자 아버지의 집으로 옮긴다. 벨라는 새로이 전학 간 학교에서 에드워드라는 남학생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부귀를 누리는 데다 초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뱀파이어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특권층이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이런 부귀와 특권을 누리는 존재는 누구인가? 상류층 사람들이다. 이런 상류층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뱀파이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화 속에서 에드워드는 최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거리낌없이 하며 살아간다. 게다가 잘 생겼고 운동도 잘한다. 한 평범한 소녀가 이런 유능하고 멋있는 재벌 2세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벨라가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까닭이 과연 에드워드에 대한 사랑 때문인가 아니면 상류층의 특권이 부러워서인가? 결국 재벌 2세와 청순한 소녀의 신데렐라 같은 사랑 이야기가 뱀파이어의 가면을 쓰고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 영화가 특히 젊은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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