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획]G20. 지나침에서 빚어진 주객전도의 기록
[사회기획]G20. 지나침에서 빚어진 주객전도의 기록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11.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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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서울의 한복판에는 세계 주요국가의 정상들을 실어 나른 온갖 수송차량들이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제5차 G20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연출된 진풍경이다. 회의기간은 단 이틀이었지만, 국제적인 회의의 의장국이 되었다는 것은 이 땅의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G20정상회의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부가 취한 몇몇 정책과 과장된 광고는 그런 자부심의 원천마저 회의에 잠기게 만들 정도로 논란을 일으키며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를 논하는 구름위의 공론
G20은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를 계기로 결성된 ‘세계경제의 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드는 최상위 협의체’다. 이 회의는 선진국으로 대표되는 G8과 신흥경제국을 대표하는 19개국, 마지막으로 EU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G20은 한시적 협의기구에 가까웠지만 작년 피츠버그 회의를 기점으로 세계경제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핵심기구로 격상하게 됐다. G8이 아닌 국가로서 한국이 최초로 G20을 유치하게 된 것이 이렇게 큰 무게를 가지고 다뤄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이유에서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는 그 자체로서 부족한 부분도 많다. 그중 가장 큰 맹점은 G20이 ‘있는 자들의 잔치라는 것’으로, 그들 국가의 발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남반구 국가들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의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엄기호 문화인류학과 초빙강사는 “UN이라는 공식적인 국제기구가 있음에도 강대국들끼리만 모여 다른 국가의 운명이나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는 힘들것 같다”고 답했다. 

‘주인을 집 밖으로 몰아낸’ 손님맞이
11월이 오기 한참 전부터 서울을 돌아다니는 모든 지하철 안에는 붉고 푸른  청사초롱 그림들과 함께 “G20의장국인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문구가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의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간 이후에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위시한 온갖 매체광고들과 어린 초등학생들한테까지 부과된 G20에 대한 과제들로 온 국가 전체는 G20에 세뇌되다시피 할 정도였다. 이렇게 지나친 광고들을 앞세워 국민들을 손님맞이에 동참시키던 정부는 ‘주객이 전도된다’는 현상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에 이른다.
   그간 G20을 개최한 국가에서 발생했던 시위나 테러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회의가 개최된 코엑스주변의 도로를 봉쇄한 것은 ‘애교’였다. 아예 그 주변을 지나는 2호선의 열차가 선릉역과 삼성역을 정차하지 못하도록 해 출근길의 대란이 평소보다도 훨씬 심각했다. 하지만 도를 넘은 손님맞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대문구에서는 외국정상들의 눈을 피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제한했고, 이 때문에 정화조조차 돌릴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임혜정(사학 2) 학생은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G20 국빈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경복궁이 지금껏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야간개장을 강행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놀랐다”며 “지난 숭례문 화재도 야간에 들어온 노인의 소행으로 발생했는데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개방을 단행한 것은 무리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G20이 가져올 위상 혹은 허상
이명박 대통령은 “G20정상회의의 한국개최는 우리나라가 세계외교의 중심에 서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하며 선진국과 개도국사이에서 중개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신장된 한국의 국제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회의유치로 과연 우리가 기대한 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을까? 
   엄기호 씨는 “한국의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G20개최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글로벌 가버넌스(Global governance)’에 우리나라가 참가한 것은 민족주의적 입장으로도 대단하다”며 “하지만 현 정부가 진정한 의미가 아닌 이 부분만 부각시켜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행동은 촌극이나 다름없다”고 답했다.
   경제적 이익 역시 뚜렷한 신빙성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G20경제효과를 참조하면 직접이익은 1,023억, 간접이익은 21조 5,576억 원에서 24조 6,395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되어있다. 대체 어떤 근거로 이처럼 세밀한 수치의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인지, 간접이익의 경우 3조원이라는 편차가 어떻게 생기게 되는 것인지 고민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수치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G20이라는 국제적 행사의 유치는 분명 우리나라의 위상이 어느 정도는 신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을 행사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미를 과대포장하거나 국민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국익의 신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국익신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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