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으면 작아지지 않는’ 작은 발, 전족
‘썩지 않으면 작아지지 않는’ 작은 발, 전족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11.2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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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떼어놓고 한숨 한 번 쉬고, 두 걸음 떼어놓고 눈물 가득 흐르네. 비 한 방울에 슬픈 눈물 한 줄기, 바람 한 바탕에 긴 한숨 한번.”
   위의 시는 중국에서 전해지는 관한경의 <규수의 원한>이라는 시에서 따온 구절이다. 시를 읽다보면 자연히 담벼락에 힘겹게 기대 한걸음 한걸음을 힘겹게 옮기는 규수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히 떠오른다. 아기들이 신을법한 작은 신발에 구겨 넣어진 손보다도 작은 발. 바로 저물어가는 중국사회를 도착적인 성욕의 분위기로 물들인 전족이다.
   ‘삼촌금련(三寸金蓮)’. 전족을 일컫는 또 다른 말로, 전족을 한 여성의 발길이가 9.9cm에 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23~25cm정도의 발 길이를 가진 우리들이 보기에 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전족의 기원에 대해서는「도산신문」에서 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남당조의 제2대 원종에게는 ‘요랑’이라는 애첩이 있었는데, 어느 날 원종이 6척에 달하는 높이의 커다란 연꽃모양 받침대를 만들어 그녀에게 춤을 추도록 했다. 요랑은 자신의 발을 천으로 묶고 춤을 췄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궁녀들이 모방하기 시작했고 명·청조에 와서는 민간으로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당시 가졌던 미학이 어땠건 간에 전족을 한 당사자들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전족은 통상 4살에 시작하게 되는데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의 발을 베로 칭칭 동여매 성장을 억제하고, 이미 웃자란 뼈들 역시 뒤틀어 거기에 붙은 살을 고름으로 녹이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통증을 참아가며 소독과 동여매기를 되풀이하고, 발가락을 접고 발등을 뒤꿈치 쪽으로 굽혀 약 2년 정도를 또 싸매면 발은 사실상 죽고 우리가 아는 작은 발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족을 하고 나면 반드시 당화신이라는 전족전용 신발을 신어야 하며, 누구의 부축을 받지 못하면 단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니 이 당시 전족의 폐혜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족은 어째서 그 긴 시간동안 강요하고 또 강요당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 이유를 극단적 가부장주의였던 당시대 분위기와 ‘여성억압심리’적 새디즘의 중첩이라는 선에서 해석하고 있다. 남성들은 전족을 한 여성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여성들은 그런 남성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려 신체의 일부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은 것이다. 전족의 폐지는 태평성대운동이 일어나고서야 실현되었고 중국의 여성들은 전족과 함께 그네들의 삶 위로 드리운 남성들의 강요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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