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와 학생‘기자’의 사이에서
‘학생’기자와 학생‘기자’의 사이에서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0.11.2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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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의 대학기자 하루에서 열 두 번씩 때려치워야지 싶다가도, 피 토하는 마감 끝에 세상 빛 본 기사만 보면 내 팔자가 이 길인가 보다 그렇게 또 녹아버리는, 생기는 거 없이 맨땅에 헤딩을 마다않는 당신을 <시사IN>이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를 보자마자 울컥했다. 어쩜 이리도 대학신문 기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카피를 썼는지! 동시에 대학신문 기자를 하고 있으면서도 풀지 못하는 대학언론 위기라는 숙제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내가 기자로서 갖춰야할 소양은 무엇인지, 대학신문의 내일은 어떠한지에 대한 고민이 폭발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교수신문 ‘전국대학언론기자학교(이하 기자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대학보 편집장을 지낸 교수신문 교육보도부 최성욱 기자를 만나 그들의 운영하는 기자학교와, 기자학교를 운영하면서 생각해본 대학신문과 그 너머의 희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수신문 주최 ‘전국대학언론기자학교’가 이제 10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교수신문에서 기자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들 말하듯이 대학언론의 현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대학신문의 가능성과 열정을 가진 대학신문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기자학교를 시작하게 됐다. 실질적으로 대학신문 기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기도 하고… 기자학교 운영에 있어 기준을 삼고 있는 것은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강의를 해줄 강사를 대학신문 출신으로만 구성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단지 기사를 쓰기 위한 기술적인 요소만을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후배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체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처음 기자학교를 시작할 때는 대학신문 기자들로만 한정을 해서 모집을 했었는데 작년부터는 방송국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영자신문 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제작할 계획에 있다. 기자학교는 한 기수 당 1, 2차로 나눠 모집하고 있는데 1차에는 대학신문 기자들 120여 명, 2차에는 대학신문 기자, 방송국원, 영자신문 기자들을 모두 합쳐 120여 명 정도를 받는다. 사실 전국 대학신문 기자들은 모집인원보다 훨씬 많지만 수업 몰입도를 위해 많이 뽑지는 않으려고 한다.
   수업 프로그램의 골격은 ▲인터뷰 ▲전체 특강 ▲기사 작성 ▲사진 ▲편집 ▲부서별로 보도, 문화, 사회, 탐사기획 등의 특강 ▲첨삭받기 등으로 전체적인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일정은 2박 3일로 다소 짧은 편이다. 

▲과거 대학신문은 대학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학생운동과 민주주의 등의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암울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해 기성 언론이 침묵하고 있을 때 대학언론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는데 현재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과거와 현재를 이런 식으로 비교한다는 점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그저 ‘이미지’로 평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치적인 상황이 분명히 과거와 다르게 변했는데 이를 이미지만으로 평가하고 조금은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당에 대해 비난하고 담론을 펼치며 힘을 얻던 대학신문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제 신문에는 스트레이트 기사, 공정하고 객관적인 저널리즘이 대세를 이뤘다가 이도 사라지고 이야기가 있는 기사가 주를 이루는 추세다. 또한 최근에는 체험기사, 탐험기사 등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침묵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학생기자가 침묵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옛날이야기를 지금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에 어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홍보매체 리포터나 홍보도우미 등은 스펙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제 학교 홍보지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는데 대학신문이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독자의 외면, 개인화와 파편화 때문에 공공성이 있는 것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또한 여론 수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대학신문과 홍보지의 경쟁,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대학신문만의 차별화라면 지면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학교 홍보는 물론 행정 및 제도 비판, 여러 가지 주제의 기획 등을 통해 학생들이 신문을 공론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많은 대학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더라도 각 대학에서의 시각대로, 그 대학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쓸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이슈도 이미 논의되고 있는 원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대학신문 안에서 바라보는 방향을 탐구해야한다. 대학신문이 기성매체를 쫓아가지 않고 대학신문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 문제가 현재 대학신문 기자들이 풀어 나가야할 숙제 같은 것이다.

▲대학신문이 가장 중요한 독자, 대학생들로부터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존재감이 미비해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이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아무래도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도 귀로, 눈으로 정보와 뉴스가 들어오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는 물론 각 학과마다, 각 수업마다, 같은 발표 조원들끼리 등의 커뮤니티 게시판이 많아지다 보니 굳이 학교 신문 나오는 날짜에 맞춰서 정보를 습득하고 뉴스거리를 읽기보다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너무나 익숙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은 커뮤니티에서 이미 돌고 돈 이야기가 아닌 학생들의 눈이 아직 가지 못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관심 갖지 않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도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 생각의 전환을 떠올려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취재를 해본다면 내가 모르던 이야기가 실린 신문에 손이 갈 것이다.

▲날짜 지난 신문은 물론 오늘 나온 신문도 학우들의 우산이 되고, 점심시간 식탁보가 되고, 정수기 물 받침대가 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 대학신문 기자들은 무조건 열심히 취재하고 열심히 기사만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학우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사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먼저 대학신문 기자들에게는 스스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독자들의 관심이 모두 쏠릴 수는 없을 것이다. 컴퓨터를 켜서 어떤 학생은 연예계 이슈와 가십거리를 보는데, 또 다른 학생은 오마이뉴스를 즐겨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독자를 포용하여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는 현대의 다양화된 사회, 정보화 사회, 지식경쟁력으로 움직이는 사회에 속한 대학생들 그대로를 흡수하여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학교를 운영하면서 많은 대학기자들을 만나 보았을텐데 기자학교 운영진의 눈으로 보았을 때 대학언론이 희망적인가. 희망적이라면 어떤 모습에서 그렇게 느끼는가.
물론 희망적이다. 언론활동을 통해서 나의 대학생활을 더욱 값어치 있고 잠재력을 보여줄 시험무대로 삼아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펜을 들고 세상에 나와 바른 말을 하는 것을 순수한 열정이라고 본다면 이 순수성에 반대되는 개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바탕에 접근하여 파고들고 그 속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태도가 바로 기자의 자질이며 역할이다. 대학언론이 희망적인 이유는 대학신문기자들이 한 명이 됐건 두 명이 됐건 여전히 ‘있다’라는 사실이고, 위의 질문들과 같은 고민을 대학신문 기자들 스스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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