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줄세우기 횡포에 굴복하고 말 것인가?
대학 줄세우기 횡포에 굴복하고 말 것인가?
  • 국어국문학과 최진형
  • 승인 2011.0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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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에 개강 시기가 다가오면 캠퍼스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곤 한다.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유명 고시에 몇 명 합격했다거나, 교수가 큰 규모의 연구 과제를 따냈음을 알리는 현수막도 많지만, 대학평가에서 몇 위를 차지했다는 현수막은 다른 것을 압도한다. 현수막의 크기가 대형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걸리는 곳도 학교를 오가는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대개 종합 순위를 내세우지만, 순위가 낮은 경우에는 성적이 좋은 특정 부문만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도저도 아닐 땐 ‘사립대 중 몇 위’, ‘수도권 대학 중 몇 위’ 하는 식으로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한다.

과연 객관적인가
  이러한 평가 결과를 접하면서 갖게 되는 첫 번째 의문은 대학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모든 분야에 뛰어난 대학이 있을 수 없으며, 설사 그런 대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학마다 창학 이념, 학문적 전통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를 위해서는 두루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대학 고유의 특성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평가의 목적이 순위 정하기가 아닌 이상 대학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마다 시행되는 대학평가를 보면서 드는 두 번째 의문은 평가의 주체가 왜 언론사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행하는 평가이기에 객관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흔히 조`중`동으로 불리며 7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권력화의 조짐마저 보이는 언론사에게서 객관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이들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지표

배점(400점)

주요 지표

교육여건 및 재정

100

교수 당 학생수, 교수 확보율, 학생당 교육비

교수연구

120

교수당 외부지원 연구비, 교수당 SCI 게재 수

국제화

70

전임이상 외국인 교수비율, 영어강좌 비율

평판·사회진출도

110

신입사원으로 뽑고싶은 대학, 진학을 추천하고 싶은 대학, 취업률

  위 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평판`사회진출도’라는 지표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세부적 지표 중 배점이 높은 것은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진학을 추천하고 싶은 대학’, 등이다. 이러한 항목에 관한 평가는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주관적 요소인 ‘평판도’를 도대체 어떻게 지수화하여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또한 각 지수는 ‘가중치’에 의해 세부 점수를 산출한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한 바 없다. 그렇다면 이는 평가 주체의 의도에 따라 임의로 점수를 산출하여 순위를 매기겠다는 것이고,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대학을 줄세우기 하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이는 것이다.

대학 서열화에 미래가 어둡다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될수록 사회는 경직되며, 건강성도 심각하게 훼손된다. 어느 대학에 입학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데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 한 번의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며 이후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사회, 게다가 자신의 능력보다는 부모가 가진 부에 의해 그 입시 결과가 달라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사회에 미래는 없다.
  대학 서열화로 인한 문제점을 꿰뚫어 보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며, 바람직한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 데 힘써야하는 것은 언론사가 감당해야할 중차대한 책무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할 언론사가 이러한 책임과 의무는 뒷전으로 한 채, 오히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학에 독이 되고 있는 언론의 권력
  언론사 대학평가가 지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최근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잇따라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서나 결의문에는 언론사 대학평가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비판과 함께 정부와 각 대학 당국에 보내는 개선 노력 요구가 담겨있다. 언론이 지닌 사회적 영향력에 ‘평가’에 관한 영향력을 보탬으로써 언론사는 자신의 매체적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궁극적으로는 권력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 평가 결과를 상업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권력과 돈을 동시에 추종하는 문제점 등이 날카롭게 지적되었다. 언론사 주관 대학 평가에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다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으며, 각 대학 당국도 평가 결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평가 자체에 대한 비판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가는 물론 중요하다. 현재의 위치와 처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잘잘못을 가려 앞으로 나아갈 바를 밝히는 데에 현재적 평가는 ‘약(藥)’의 역할을 해 주는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객관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줄세우기 식 평가는 오히려 ‘독(毒)’으로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서는 ‘명명덕(明明德), 신민(新民), 지지선(止至善)’을 3대 강령으로 강조한 바 있다.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며 지극한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루 통용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덕목(德目)이다. 대학이 교육 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가장 기초적인 덕목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창학 이념을 되새기고, 학문적 전통을 바로 세우는 데 힘쓰며, 특성화를 추구하여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숫자놀음으로 포장된 서열화나 평가를 빙자한 줄세우기 횡포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며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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