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특집]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1.01.03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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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방문합니까? 대화를 하다보면 사고 싶은 물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까? 물보다 커피나 음료수를 더 많이 마십니까? 그렇다면 ‘소비 중독 바이러스’에 감염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이 날만큼은 소비라는 플러그를 뽑아버리고 지갑을 저 멀리 던져 놓는다면 어떨까요.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방문합니까? 대화를 하다보면 사고 싶은 물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까? 물보다 커피나 음료수를 더 많이 마십니까? 그렇다면 ‘소비 중독 바이러스’에 감염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이 날만큼은 소비라는 플러그를 뽑아버리고 지갑을 저 멀리 던져 놓는다면 어떨까요.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지난 10월 번역 출간된 <쇼핑학>의 저자인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스트롬은 소위 말하는 ‘지름신’의 실체를 밝힌다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충동하는 뇌 현상을 관찰했다. 실험자들이 광고, 로고, 브랜드 등을 접하자 ‘아꿈벤스핵’이라는 신경세포가 쾌락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데카르트 식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쯤 되는 셈이다.
  쇼핑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새삼 깨달을 때, 우리는 “지름신께서 강림하셨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지름신은 동사 ‘지르다’의 명사형인 ‘지름’에 ‘신(神)’이 결합된 합성어로, 충동구매를 하게 될 때 사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존재, ‘지름신’이 내렸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지름신’이라는 용어가 국립국어원의 신어사전에 수록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도 경제용어로 등록되어있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에게 지름신이 강림한 듯 하다.
  이 심각성은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저축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자랑했었던 우리나라 작년, OECD 회원국 중 가계저축률 2~3% 정도로 꼴찌를 차지했다는 소식에서 알 수 있다. 아까지 않는 소비와 쇼핑중독이 개인의 파산을 넘어 사회문제로 부각되며 경제 성장의 잠재력까지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소비하는 자여, 반성하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은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생겨났다. 상품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노동문제, 불공정 거래 등 물질문명의 폐단을 고발하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1992년 캐나다에서 테드 데이브라는 광고인에 의해 처음 시작됐는데, 그는 ‘내가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캠페인을 시작하여 과소비의 유혹에 맞서는 행동의 장을 마련했다.
  이는 해마다 11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데, 아마도 서구에서는 11월 말경부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느라 평소보다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부터 녹색연합이 주축이 되어 11월 27일을 중심으로 일주일동안을 캠페인 기간으로 삼고 있고 소비를 줄이기 위한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지름신이시여, 오늘 하루만이라도 푹 쉬시옵소서
  우리나라의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은 주로 명동이나 홍대에서 열린다. 서울 안에서도 가장 ‘파는 사람’도 많고 ‘사는 사람’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명동이나 홍대만큼 지갑 열기 쉬운 곳이 또 어디 있겠냐마는 ‘열린 지갑에 텅 빈 저금통’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정말 단 하루 정도는 그저 소비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성을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옷장이 가득 찼지만 입을 옷이 없다고 불평한다면, 필요한 물건인 줄 알고 샀는데 사용하지 않아 서랍에 처박아 둔다면, 세일이나 묶음 판매에 흔들려 냉장고 칸만 가득 찼다면 더욱더.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 그리고 그에 대한 광고는 인간의 무한한 소비의 욕망을 자극하고 결국은 제 수명도 다하지 못하는 쓰레기로 온 지구를 뒤덮고 있다. 또한 ‘알뜰살뜰 저축’보다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만들어 가고 있다. 주체할 줄 모르고 넘쳐나는 우리의 소비행위가 결국 우리 다음세대들이 누려야 할 녹색지구, 안정된 경제까지 우리가 미리 써버리는 것은 아닐까.

과시형 소비를 벗고 잔고가 쌓이기까지
  어느날 은행에서 통장정리를 해 보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내가 이 큰돈을 대체 어디다 썼는지 살펴보니 거의 카페와 식당이다. ‘아하, 그 때 그 친구랑 같이 술 한잔 하고 내가 쐈었지’하고 돌이켜보면 그날 내가 꼭 쏴야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친구들 앞에서 나의 씀씀이를 과시하는 과시형 소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니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핸드백 곳곳에 마구 구겨넣은 영수증들을 통해 그 날 그 날 소비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수증을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소비습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영수증을 모으는 습관을 들였다. 그리고 매 달 말일은 모아둔 영수증을 정리하고 계산하는 날로 정했다. 계산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영수증이 쌓이는 것을 느낄 때마다 반성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저축액도 꽤 모인 편이다. 작은 습관만으로도 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
장지원 기자 jw9083@


충동구매의 오점, 가계부로 잡아내다
  나는 차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입이 심심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 묘미를 알아감에 따라 차는 이제 내 일상에서는 빼놓지 못할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다람쥐가 겨울 식량을 바리바리 쌓아두듯이 당장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들이는 내 소비습관은 통장잔고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결과 현재 내 차 상자 속에는 2~3년간은 충분히 마시고도 남을만한 차가 고이 모셔져 있다.
  도저히 이대로 둘 수만은 없어 이참에 흥미를 가지면 곧 소비로 이어지는 내 충동구매 버릇을 고치기 위해 10월 말부터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생각 없이 나가던 액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돈의 흐름이 잡히고 결제버튼을 누르려던 손도 한 번 더 멈칫하게 되더라. 시작은 약소했으나 그 결과는 장대하리니. 조금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내 가계부는 계획하지 않은 소비 외에 ‘충동구매의 오점’이란 찾아볼 수 없는 모범답안이 되어있었다. 물론 이번 한 달이 성공적이라 해서 앞으로 계속 계획적 소비를 한다는 확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만 관리해주면 충동구매 증상도 언젠가는 완치될 것이라 희망하며 충동구매 증상에 잘 듣는 가계부쓰기 처방을 동지들에게 추천해본다.
이민정 기자 dr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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