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와 세계화
중국화와 세계화
  • 양갑용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11.03.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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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은 GDP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자괴감에 휩싸여 있으며, 미국은 지난 달 후진타오를 지나칠 정도로 극진하게 맞이하였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릴 정도로 국제질서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 성장하는 중이지만, 이러한 중국의 성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중국의 경제적 도움이 절실하였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보유고 또한 2조 1천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미국의 중요한 경제적 지원군이다. 국제 안보측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에 우려의 시각 또한 적지 않다. 90년대 중반 ‘중국 위협론’이 횡행하던 시기,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군사력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며 국제질서의 위협이 된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중국은 당시에는 그럴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으나 현재는 명시적인 반대는 하지 않고 있다.
  작년 9월, 대만 근처 이른바 조어도에서 중국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선장 구속 조치에 항의해 당시 중국은 일본관광 금지, 희토류 수출 금지, 교류중단 등 강경조치를 취했으며, 일본은 이에 중국에 굴복한 셈이 됐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일본과 중국의 국지적인 갈등 차원이 아니라 중국의 힘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사건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이 아닌 힘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밀어부친 고전적인 문제해결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실체를 엿볼 수 있었다.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성장은 이미 위협적인 존재가 분명하다. 그러나 군사력의 성장이 곧 위협은 아닐 수 있다. 그 군사력의 실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군사력을 실행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성장의 배경
  중국은 지난 19세기 중반 외부세력에 의해 강제로 국가의 문이 열려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해서 특히 서방의 문물과 정신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부단한 노력은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설로 일단락되고, 마오쩌둥의 혁명은 오히려 중국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이른바 자본주의 가치로 공유되는 국제질서의 규범을 중국이 수용하게 되면서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 와중에 미국은 금융위기를 맞고 중국은 미국을 지원하게 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가 쓰러져가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구하게 된 셈이다.


  중국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고 추구하는 인권등의 가치를 서방의 자본주의적 가치로 치부하며 중국 나름의 가치와 규범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과 문화력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가치, 이른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가치관은 중국의 문화력과 경제력과 함께 전파된다. 전세계 230여 개에 달하는 공자아카데미,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넘쳐나는 중국의 대규모 원조, 해마다 개최되는 전 세계 중국 문화 공연 등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이른바 중국식 논리와 가치가 세계로 퍼져가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성장에 직접 영향을 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한국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G20 주요 경제지표’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로 무역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이나 대중국 교역 의존도는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0년 상반기 기준으로 위기 이전 대비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52%)을 대중국(홍콩포함) 교역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또한 중국의 성장 과실에 의존하는 측면이 증대되고 있다. 일부 지방 대학의 경우 중국 유학생이 학교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2009)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한국 고등교육기관 외국 유학생 수는 50,591명이며 그 가운데 중국 출신 유학생은 39,454명으로 78%를 차지한다.
  그럼 우리는 중국의 성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식 신자유주의 가치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도 중국의 가치와 논리에 동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중국의 현실주의적 발전논리가 갖는 부조화 때문이다. 이른바 자본주의 성장이 가져온 보편적인 가치, 즉 인권,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 인간이 누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중국식 성장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을 위협요소로 간주하는 주변국가들은 중국의 성장에 대하여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현실적인 경제파트너이면서도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제국주의적인 색채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성장은 현실이다. 비록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원과 지지에 의해 경제성장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자력 성장이 가능하고, 오히려 제3세계에 천문학적인 재정지원과 원조를 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논리, 가치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미국식 규범과 가치를 대신할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성장은 알맹이 없는 ‘중국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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