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소설부문 우수작 당선소감
학술문예상 소설부문 우수작 당선소감
  • 최아영(국문.02)
  • 승인 2003.11.2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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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아니 처음이 아니다. 몇 번을 애써 피했다. 모르는 전화가 자꾸 오는 데 내 성격상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으므로 이 이상한 내가 알 수 없는 전화를 자꾸 피했다. 뭘까, 라는 생각도 들어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나랑 상관없는 전화일 거라 생각을 했다. 나에게 모르는 전화는 자주 오지 않으므로.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소설을 공모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내 까짓 것이 당선이 될 리 없다는 생각으로 내가 공모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게 당연히 그런 전화가 올리도 없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흘려 보내던 중, 자꾸 나를 불편하게 하는 전화가 오고 있었다. 그래, 무슨 전화인지 받아보기나 하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자꾸 전화를 하는 걸까, 나는 무슨 큰 선심이라고 쓰듯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사실은 두근두근 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는 카드 빚도 없는데, 왜 알 수 없는 곳에서 전화가 오는 것일까.
 나는 불안했다. 그리고 믿을 수가 없었다. '저요? 지금 저 말씀하시는 거에요?' 이 사람이 무슨 장난을 치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왜 이러시는 건가요, 내게.
 나는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의 심정이었다. 오늘 이상하게 돈이 잘 벌리네, 그런데 왜 이렇게 집에 가기 싫은 걸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자꾸 발길이 다른 데로 가네,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도 이제 사줄 수가 있는데,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집에 가기만 하면 되는데.
 내게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것은 더 안 좋은 일이 생기려는 무슨 신호 같은 것은 아닐까, 내가 좋아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이렇게 집에 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나는 너무 불안해서 누구에게 당선 소식을 말도 못하고 애꿎은 일기장에 낙서만 했다. 이건 아닌데,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는 것일까. 나는 누군가의 말대로 필요이상으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당선소식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마치 알아서는 안 되는 국가기밀이라도 알아 버린 것처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하지 못해서 죽을 것 같은 이발사의 심정으로 이렇게 소감문을 쓰고 있다. 소감문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것은 아닐까,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꾸 오타를 내고 있다.
 처음으로 내가 소설이라는 것을 끝까지 다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소설 속의 그녀가 현실에서 끝없는 충고와 위로와 약간의 알콜로 내 옆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내가 소설을 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머리 속에 스쳐지나가며 나는 순간 나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그녀가 보고 싶어진다.
 어느 소감문에나 늘 나오는 구절처럼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연습하겠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다. 어쨌든 내가 소설을 쓸 동기를 마련해 준 소설 속의 그녀와 모 교수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끝마치는 이 순간도 나는 불안해서 손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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