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찾을 것인가, 예술을 알릴 것인가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 예술을 알릴 것인가
  • 이송란 미술사학과 교수
  • 승인 2011.03.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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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재 반출의 역사와 해외소장 문화재의 활용

 근현대기에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공식적으로 산출된 수량이 10만 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이 문화재들은 우리가 미처 그 가치를 알기 전에 유출된 것이 대부분이다.
 1,100여 점에 달하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오구라 소장품의 경우가 당시 우리나라 문화재 수탈 경위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구라 소장품은 대구전기 사장을 지내던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경상도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재를 수집하여 동경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 중에는 정상적인 미술시장을 통한 것도 있지만 탑과 고분에서 출토된 사리기나 부장품도 있어 당시 성행하던 도굴이나 밀매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과 문화재 반출
 일본 못지않게 미국에도 우리나라 문화재가 다수 소장돼 있다. 1854년 일본을 개국시킨 미국은 아시아 미술에 눈을 돌려 일본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미술에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우리나라 문화재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853년(고종 20)부터이다. 1853년 5월에는 주한 미국공사가 부임하면서 미국 스미소니안박물관 연구원 조디(P. L. Jouy)가 조선에 와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민속 예술품을 수집하고 그해 12월 스미소니안박물관 해외특파원의 자격으로 해군 소위 베르나도(J. B. Bernadou)가 조선에 파견돼 한반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한국미술품을 수집했다. 이들 문화재들이 인천항에 기착한 미국 군함을 통해 반출된 내역이 미국에 소장된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
 미국의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했고, 1870년에 설립된 보스톤 미술관에는 720여 점의 질 높은 한국 문화재가 수장되어 있다. 초기 보스톤 미술관에 한국미술품을 기증한 수집가들은 일본을 거점으로 활동한 일본미술 애호가들이 대부분이다.
 보스톤미술관의 한국미술품이나 오구라 콜렉션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이들 문화재가 불법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주축이 돼 마련한 불법문화재 반환협약에 따른 환수 요건에 불법 반출의 경위를 먼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적으로는 이들 문화재가 정당한 경위로 나간 것 같지는 않지만 완전 불법이라는 증거를 만들어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무덤 도굴이 한국인의 소행일 수도…
 근대기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일본경매회사의 경매도록에 고려청자가 기재된 예가 드물다. 이는 굳이 경매를 거치지 않고 그 전에 유통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청자가 일본인에게 얼마나 큰 인기가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사실로 해석된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소장한 고려청자의 수만 해도 1000여 점이 된다고 한다. 청자를 얻기 위한 마구잡이식의 고려 무덤 도굴로 이어졌을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 모든 도굴이 일인들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증명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인에 팔기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일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가치는 잃지 않되, 새로운 활용방안으로 거듭나길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 소재 한국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내 ‘문화재 환수 전담조직’을 두고 민간 차원의 ‘해외 문화재 환수 재단’을 설립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늦게나마 우리의 혼과 얼이 담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최근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문화연대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등 민간의 노력으로 환수됐다. 이 오대산 사고본은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등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다. 민·관 합동의 끈질긴 노력 끝에 우리의 귀한 문화재를 환수한 것은 정말 뜻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문화재의 환수 노력과 더불어 중요한 일은 해외에 소장된 문화재의 관리와 그의 활용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1998년부터 일본, 미국, 유럽 등 20여 개의 해외 공공 박물관 및 사설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고 이를 보고서로 발간하는 일을 매해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해외에 있는 박물관에서 한국 문화재의 전시와 홍보 활동도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해외에 소장된 우리 문화재를 적극 활용하여 해외에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의 중앙아시아실에는 중앙아시아의 벽화, 공예품들이 가득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실크로드와 둔황>전이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아시아실 유물은 19세기 말 영국 런던에서 유학 중이던 일본 교토의 정토진종(淨土眞宗) 본원사파(本願寺派) 니시 홍간지(西本願寺)의 제22대 문주(門主)였던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 1876~1948)가 1902년부터 19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 각지를 탐사한 오타니 소장품이 주축을 이룬다. 정치가이자 사업가인 하라 후사노스케(久原房之助)가 오타니에게 유물을 사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기증한 물건으로 해방 후 일본이 미처 가지고 가지 못해 우리가 소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 유물들이 본래의 자리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연구진들에 의해 연구되고 소중히 다루어져 중앙아시아 미술을 널리 알리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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