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소멸 위기를 기회로
방언, 소멸 위기를 기회로
  • 강영봉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1.03.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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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은 어머니가 가르쳐 준 고향 말로, 한 언어를 구성하는 하위 언어 체계를 말한다. 국어는 경기도방언을 비롯하여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의 여러 방언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방언을 표준어와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표준어가 세련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의 말이라 인식하는 반면, 방언은 덜 세련되고 교양이 없는 말이니 쓰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교육 현장에서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왜 사투리(방언)를 쓰느냐?” “방언을 쓰면 안 돼” 하는 것이 교실 풍경이고, 나아가 학부모가 보이는 반응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방언은 차츰 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수밖에 없다.

제주어가 사라져간다
제주어(이 말은 ‘제주도방언’ 또는 ‘제주 지역어’와 같은 개념으로 쓴다)를 한 예로 보자. 일전에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되었다’는 언론 보도는 우리들에게 충격과 함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려와 함께 보전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주어는 정말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런 대답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수행한 두 개의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그 하나는 <제주 지역어 생태 지수 조사 보고서(2008)>고, 다른 하나는 <제주도민의 제주어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2010)>다. 전자는 ‘20대, 40대, 60대 이상’으로 구분, 각각 80명씩(남자 40명, 여자 40명) 240명을 대상으로, 제주 문화 관련 분야별 90개의 어휘를 대상으로 생태 지수를 조사한 보고서고(이 보고서에는 농사 관련 어휘 86개 항목으로 72명을 조사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음), 후자는 중?고등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어휘 120개 항목에 대하여 그 사용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다.
전자인 <제주 지역어 생태 지수 조사 보고서>는 자연(7), 옷(5), 음식(11), 집(7), 사람(5), 민속(3), 식물(8), 동물(7), 용언(12), 인사(4), 감탄사(4), 부사(6), 어미(5), 문헌어(6) 등 90개 어휘 항목에 대해 “①무슨 뜻인지 알고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있다 ②무슨 뜻인지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③예전에는 썼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 ④들어보기는 했으나 잘 알지 못한다 ⑤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 무슨 뜻인지 모른다” 등 다섯 개의 인지도 항목을 제시, 선택하게 했다. ‘제주 지역어 생태 지수 조사’는 제주어가 일상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 곧 ‘생태 지수’다. ‘생태 지수’는 그 수치가 높을수록 싱싱하게 살아 일상생활에서 활발하고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 반대로 ‘생태 지수’가 낮을수록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아 곧 소멸의 길로 갈 것임을 암시한다. 20년 단위를 그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세대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나아가 소멸 시기 또한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방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언은 왜 전승되어야 하는가
그러면 왜 방언은 전승되어야 하는가? 이는 방언이 “어느 지역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라고 한다면 그 지역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방언을 통하여 그 지역의 정신을 탐색하게 되고, 그 지역문화 또한 방언을 통하여 엿볼 수가 있다. 결국 방언이 사라진다면 본연의 지역 정신은 퇴색할 것이며, 전통적인 지역문화 또한 그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국어사의 미비한 자료를 보강해 준다는 점에 있어서도 방언이 전승되어야 한다. 제주어 ‘비바리’는 ‘비+-바리’(이 ‘-바리’는 접미사로 그런 사람을 낮추 부를 때 쓰이는 접미사이다) 구성으로, ‘전복 따는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곧 ‘비’가 전복임은 ≪계림유사≫의 ‘鰒曰必’에서 확인되는데, 이 ‘必’이 제주어에 남아 있는 ‘비바리’의 ‘비’이다. 곧 제주어 ‘비바리’라든가 ‘비창’(전복 따는 도구로 전복을 잡는 창이라는 뜻이다.)이라는 어휘에 의지하여 전복을 나타내는 고려어가 ‘必’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방언은 지키고 전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이중 언어 생활을 하고, 방언 교육을 강화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중 언어 생활이란 학교 생활 등 공적인 생활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고, 사회생활이나 가정에서는 방언을 쓰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교육을 강화하는 길이다. 유네스코에서도 제주어 보전을 위해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로 ‘언어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방언 교육을 강화하려면 시간 확보가 필요하고, 방언 교육을 담당할 교사는 필수 사항이다. 시간과 교사가 확보되지 않고는 튼실한 방언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화급한 실정이다.

위기를 기회로
프랑스에서는 방언의 하나인 ‘부르타뉴어(bertonne)’어를 보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부르타뉴어 사무소’를 개설하여 교육, 미디어 공공서비스, 경제 활동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부르타뉴어 진흥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공교육을 비롯한 사교육을 통하여 불어와 함께 부르타뉴어 습득을 위한 학부모협회 등이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부르타뉴어 출판 지원, 부르타뉴어 책의 날 운영,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정오 뉴스 진행,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하고 있다. 4개의 지역 라디오에서는 매주 60시간 또는 20, 30시간씩 부르타뉴어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이 프랑스의 사례는 방언 전승을 위한 좋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어느 시인은 ‘고향’의 정의를 ‘멀리서 바라보는 곳’이라 한 바 있다. 고향에 있으면 고향이 좋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방언도 마찬가지다. 고향에서 고향의 말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방언은 고향과도 같고,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다. 고향이 낙후되었다 해서 “내 고향이 아니다” 할 수 없고, 어머니가 덜 세련되었다 해서 “내 어머니가 아니다”라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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