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의 복수
장자연의 복수
  • 김지영 사회부 객원기자
  • 승인 2011.03.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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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신인 여배우 장자연 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죽기 전 남긴 문서에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여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게 성상납을 요구했던 유명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이 문서에서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밝혀지자 경찰 수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수사는 술시중 자리 등에 함께했던 것으로 보이는 16명 가운데 드라마 감독과 금융인 등 5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강요죄 공범 등)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 고위 임원을 비롯한 4명은 불기소(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고, <조선일보> 고위 임원 아들 등 7명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이렇게 장 씨의 죽음은 묻혀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장자연 씨가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공개되면서 그의 죽음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 편지에는 장 씨가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일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편지가 공개되었지만 이미 처벌된 사람들을 같은 명목으로 다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심지어 장 씨가 보낸 편지가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으려 하고 있다. 장 씨의 사인이 사회의 높으신 분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성이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것이 성상납이라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현실도 답답하지만 국민들이 이번 일에 대해 분개하는 이유는 ‘사회 지도층’에게는 법의 효력도 미치지 않는다는, 그런 불공평한 현실 때문이다. 경찰은 편지가 공개되자 장 씨의 죽음은 무시한 채 장 씨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위조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들은 죽은 장 씨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성상납을 한 덕에 연예인이 되게 해줬으니,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가 연예인이 되기 위해 치른 대가는 너무 컸다. 높으신 분들은 그들이 행한 일이 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장 씨의 불행한 죽음에 분개하는 우리들은 비록 그들이 법의 심판은 받지 못했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는 말처럼 그들이 이번 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줄 알았던 그 일을 떠올리고 장 씨를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을 평생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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