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 문학의 만남
트위터와 문학의 만남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 승인 2011.03.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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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자의 단문으로 대화하는 형식의 트위터가 한국 사회에서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빠르게 확산해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트위터 가입자들이 3백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었다. 트위터는 앞으로 스마트 폰의 보급 확산,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내년 정치 일정(4월 총선, 12월 대선) 등을 계기로 더욱 더 사람들의 의견이 한데 모이는 ‘여론의 방향타’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140자로 문학을?
 트위터는 실시간성과 즉시성이 강한 속성상 뉴스와 정보가 공유되며, 사회적 현안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콘텐츠가 흐르고 있는 트위터와 문학과의 만남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140자의 물리적 한계를 가진 트위터가 긴 호흡의 문학을 품는 게 가능할까?
 답은 트위터가 갖는 혁신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는 본질적으로 전통적인 소통 방식을 깨뜨리고 나타난 새로운 대화 인프라다. 그런 만큼 전통적인 소설, 시, 수필 등 문학의 관점에서 트위터를 볼 경우 트위터와 문학의 만남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자체가 새로운 사회 현상인 만큼 이에 대한 기존 문학적 틀의 적응 또는 수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고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기존 문학의 압축판이 된 트위터러처
 지난 2009년 미국 시카고 대학에 재학 중이던 에메트 렌신과 알렉스 에시먼은 트위터(twitter)와 문학(literature)을 하나로 합친 트위터러처(Twitterature:트위터 문학)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단테와 세익스피어 같은 고전의 각 권을 140자 이내의 20개 문장으로 압축해 <트위터로 다시 쓴 세계 명작(The World's Greatest Books Retold Through Twitter)>을 출간했다. 기존 문학의 ‘트위터 압축판’인 셈이다. 같은 해 5월 영국 런던에서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위대한 영국의 여름’이라는 주제의 <트위터 시 짓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영국의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웨일스의 헤이온와이에서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에서는 트위터 쓰기 대회가 추가되기도 했다.
 트위터와 문학의 만남은 우리나라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활발한 트위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트위터 아이디 @oisoo)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들을 묶어 책 <아불류 시불류>를 펴냈다.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의규(@EuiQKIM)는 지난해 8월부터 ‘트윗픽션’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을 연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소설과 수필, 시 등을 대상으로 ‘트위터 문학상’이 제정돼 수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서로 소통하는 문학
 문학이 트위터 안으로 어떤 형식으로 들어오게 될지, 그리고 무엇보다 트위터 유저들로부터 공감을 얻게 될지 정확한 예견을 하기는 쉽지 않다.
 트위터와 문학의 만남은 기존의 프로페셔널 문학가들이 트위터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몇몇 선구적 이용자들의 실험적 이용 수준을 넘어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트위터는 기존 질서나 규칙의 연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트위터 문학상이나 런던의 <트위터 시 짓기 대회>처럼 그동안 문학의 소비자로서만 머물러온 일반인들이 트위터에서 문학의 생산자로 참여하는 길이 더 넓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한 형식이 문학 생산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학의 대중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가운데 트위터 안에서 문학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문학 장르별로 보면 일본의 ‘하이쿠’와 같이 짧은 시나 수필이 트위터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으로 올린 단문 시나 사색의 짧은 결과물들은 트위터에서 공유되기에 안성맞춤인 컨텐츠들이다. 특히 필자의 경험으론 적절한 상태를 만날 경우 화답시를 주고받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트위터이다. 하지만 트윗픽션 같은 소설의 경우는 연재로 이어져야 하는데 트윗 소설이 얼마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굳이 해당 소설가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지나간 글을 읽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르게 되는 문제점이 트윗픽션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이와 함께 전문 작가든 아마추어든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독자들과 직접 호흡하는 공간으로서도 우수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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