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사진부문 심사평
학술문예상 사진부문 심사평
  • 정무정(미술사) 교수
  • 승인 2003.11.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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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학술문예상 공모 사진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체로 취미의 수준을 넘어선 수작들이었다. 사진과 관련한 강좌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수준높은 사진작품이 출품된 것은 사진이 그만큼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장비와 기술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느낌이었다. 출품작 대부분이 자연이나 삶의 단면에 포커스를 맞춘 예술사진이었고, 현대사진의 추세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작품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신성혜 학생의 작품이 거울의 배치나 구성에 있어서 미흡한 점을 제외한다면 예술성, 시의성, 주제의식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어 우수작으로 뽑혔다. 가작으로 뽑힌 최주희학생은 전문적 수업을 받지 않았나 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와 기법을 선보여 장래가 기대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실재의 견고성이 붕괴되고, 새로운 기술로 양산된 이미지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하며, 그에 따른 미술 개념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철학자, 비평가 그리고 미술가들은 모델이 없는 이미지, 닮음이나 유사성에 의존하지 않는 이미지인 시뮬라크르(simulacrum)를 재현에 관한 담론의 핵심적 개념으로 내세웠다. 특히 미술가들은 '아우라', 주관성 그리고 독창성 등에 도전한 사진매체의 복수성, 복제가능성과 같은 특성이 시뮬라크르의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라 보았다. 신성혜 학생의 작품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서구의 환상과 욕망이 투영된 신비로운 장소이자 '시뮬라시옹'의 완벽한 모델이라 했던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공원을 무대로 하고 있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파고드는 현실의 풍경과 거울 속에 반영된 인형이 대조를 이루는 그의 작품에서 햇살보다 더 선명하게 부각된 인형의 꺼림칙한 표정은 바로 실재와 복제, 현실과 이미지의 관계가 전복된 우리시대 문화의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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