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날 뭐했냐면 말이지…
내가 그날 뭐했냐면 말이지…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1.04.0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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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했어?”라는 질문에 “그냥…별거 안 했어”라고 답하는 ‘별일 없이’ 사는 학우여. 그대가 별거 안할 시간에 학과 교수님의 연구 발표가 있는 연구센터 박람회에 다녀오고, 연등을 만들며 번뇌와 괴로움으로 가득한 세상이 연등으로 밝아지는 체험을 한 학우들이 있다. 
자신이 그날 무엇을 했는지 조곤조곤 소개하고 싶은 두 학우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했던 활동을 소개한다. 두 눈 크게 뜨고 그녀들의 행보를 뒤쫓아가 보자.

연구의 중심에서 내 꿈을 외치다
지난 겨울방학,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선도 연구 센터들의 연구 성과를 전시한 박람회가 있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들을 통한 선구적인 연구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를 윤택하게 해 줄 연구 센터들이 많이 있었다. 약학과를 진학한 후로는 접해보지 못한 핵융합, 양자뿐만 아니라 나노 소재에 이르기까지 과학 안에서도 다양한 학문들의 선구적인 연구들을 총망라한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이공계의 현장을 볼 수 있었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신기하고 새로운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대학 약학대학 약학과 문애리 교수님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물학 전공의 김상건 교수님의 ‘대사 및 염증 질환의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센터’와 함께 연구를 하셨다. 김상건 교수님의 연구센터에서는 대사성 지방간에서 지방 합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핵 수용체인 LXRα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신호 체계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후보물질들을 개발했다.
이 연구에서는 세포 내 에너지 항상성 유지에 중심 역할을 하는 효소인 *AMPK와 **S6K1이 LXRα를 조절하는 분자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MPK의 활성이 떨어지고 S6K1의 활성이 증가하면 LXR-α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지방의 합성과 축적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AMPK의 활성은 높이고 S6K1의 활성은 낮추는 치료후보 약물군인 ‘디티올티온(Dithiolethione)’을 합성했다. 이 물질은 LXR-α의 활성을 억제해 지질 생합성효소의 유도를 막고 강력한 지방간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 연구결과는 지방간 및 지방간염을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에 핵심이 되는 기술로 대사성 간질환의 치료, 예방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다.
창조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연구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관련 없는 듯한 서로 다른 분야들을 관통하는 관련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연구를 창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창조가 곧 신약개발로 나아가는 단단한 초석이 될테니 이 창조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전인류적 차원의 창조다. 약물학에서의 연구는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밝혀냄으로서 어떠한 특정 원인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을 고쳐줄 수 있는 기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고 가치있는 일인 것 같다.
최근 들어 이공계가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진정으로 인재들이 필요한 연구 분야 쪽으로는 많은 학생들이 기피하여 가지 않고, 안정적인 공무원 또는 보수가 높은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러한 뉴스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순수 과학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를 통해서 걱정보다는 뿌듯함이 가득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도 세계 속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인프라를 갖추고 연구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도 정부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도 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코엑스 선도 연구 센터 박람회는 나의 꿈인 신약개발의 구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과학 전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AMPK : AMP에 의해 활성화되는 단백질 인산화 효소
**S6K1 : 리보좀의 단백질 인산화 효소

김예지(약학 4) 학우

연등 빛나는 밤에
분홍색으로 곱게 물든 꽃잎 종이의 끝을 손가락으로 가늘게 꼬아준다. 이 때 너무 힘을 강하게 주거나 손톱으로 찍으면 연한 종이가 찢어질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꽃잎 한 장 한 장을 만드는데 이처럼 정성스럽고 세심한 손길이 요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꽃잎을 준비한 골조에 한 장, 한 장 붙여나간다. 꽃잎을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한 순간이라도 사사로운 일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꽃잎의 배열은 무너지고, 결국에는 연등 전체의 모양이 어그러지게 되기 때문에, 온전히 연등을 만드는 데에 온 마음을 집중해야만 한다.
완성된 연등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 연등을 만드는 이의 마음이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면, 연등의 모양 또한, 정리되지 않은 꽃잎의 배열 속에서 사나운 기색을 드러낸다. 반면 연등을 만드는 사람이 연잎 한 장 한 장을 붙이는 과정에서, 번뇌를 하나하나 덜어내어, 안정된 마음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완성된 연등의 모양 또한, 정돈된 꽃잎의 배열 속에서, 연꽃등의 유려한 자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처럼 연등은, 만드는 이의 마음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가장 맑고, 또한 가장 무서운 거울이 아닐 수 없다. 연꽃의 형상을 한 등을 제작하는 일 은 번뇌와 아집과 무지를 잊은,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마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수 만개의 마음들이 모여, 빛의 강이 되어 흐르는 그날이, 바로 연등 축제의 날이다.
내가 연등 축제를 처음 접했던 것은, 작년 봄,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서울 시내에 유유히 흐르던 그 빛의 물결은, 커다란 건물들 사이에서, 결코 기죽는 일 없이 도도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날 그 등들의 모양은 저마다 제각각이었지만, 그 빛이 내게 전한 것은 하나의 마음이었다. 번뇌와 무지로 가득한 괴로움의 세계를 밝게 비추어, 모든 이들을 행복의 길로 이끌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그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소망의 물결에는 인종, 빈부, 성별, 나이와 같은 사회의 ‘구분’의 잣대들은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날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빛의 향연은, 현실적으로 덕성불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힘으로 연등 축제를 준비하는 지금 상황으로 변화했을 때, ‘그날’ 관람객의 입장에서 즐겼던 것과 같이 쉽거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고되고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이처럼 힘들고 고된 과정에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덕성인들이, 현재 내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고민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에, 한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축제란 일탈의 장이자, 소통의 장, 그리고 화합의 장이다. 전혀 알 길이 없던 낯선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고, 나의 고민을 나누고, 현실의 시름을 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축제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차가운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을 연등 축제의 밤을, 많은 덕성인들과 함께하고 싶다.
오는 5월 6일(금)부터 3일간 진행되는 연등 축제가 진정으로 목표로 삼는 것 또한, 우리가 이 연등축제를 준비하면서 경험하였던 ‘차이’의 해소와, 소통, 그리고 화해일 것이다.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종교적 틀을 뛰어 넘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만남의 장. 이것이 바로 연등 축제다.
이선아(철학 4) 학우, 덕성불교학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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