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이란 무엇인가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 김길룡 한국미래학연구원 부원장, 한국외대 교육대학
  • 승인 2011.04.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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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과 미래학을 현대인의 소양이라고 한다. 미래학은 예측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미래학이란 대체 무엇인가? 인류 모두는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점을 보기도 하고, 연초에 사주팔자를 미리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점치는 것은 체계적이거나 구체적인 일이 아니라 미신적인 것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미신적인 개념의 '미래'에 대한 의식과 달리 미래학은 우리에게 선택적 미래를 제시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미래학의 발달, 성격, 학파를 살펴봄으로써 미래학의 개념을 고찰하고자 한다.

 

미래학의 발달 

  미래학은 예언(豫言)이 예측(豫測)으로 바뀌면서 태동했다. 예언은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결정론적 시각에서 미래에 관해 던지는 주관적 진술이다. 결정론이므로 운명론에 빠져들게 하여 미래개척을 위한 노력을 유발하지 않는다. 예언이 풍성한 사회일수록 대체로 못살고 예언자가 리더가 되는 경향이 있다. 

  미래는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다. 예측은 가능성 중심 시각에서 출발한다. 미래를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하며 인간은 가능성을 추정할 뿐이다. 즉 예측은 가능성 중심 시각을 바탕으로 방법론을 적용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미래를 밝혀 제시하는 일이다. 제시된 미래에는 긍정적 미래와 부정적 미래가 있다. 우리는 부정적 미래는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긍정적 미래는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제시된 미래에는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할 미래(선택적 미래)가 있다. 우리는 선택적 미래를 취하여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선택과 집중) 미래 위험을 줄이고 밝은 미래를 개척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학은 방법론의 출현과 함께 태동하였다. 1907년 길피란(C. Gilfillan)이 예측방법론을 개척한 이래 1944년 플레히트하임(O. K. Flechtheim)은 예측방법론을 체계화했고 이때 ‘미래학’(Futurology)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1960대에 들어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 1966)와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 1961)가 창립되어 예측방법론을 정립함에 따라 미래학은 하나의 학문영역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1970년에 미국에서는 미래학을 학교 교육과정에 도입했고, 이 시기에 예측한 결과들이 1980년대 말부터 부각되면서 미래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벨(D. Bell)이 예측한 후기산업사회의 도래는 미래학의 공신력을 크게 높였다. 1990년대에 이루어진 미래연구는 21세기를 위한 이론과 가설을 내포하여 21세기를 개척하는 지침으로 작용했고, 21세기에 들어 예측방법론의 정교화는 미래학의 영역을 한층 확대하여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학만의 독특한 학문적 성격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은 각자의 관점과 성향에 따라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기도 하고, 과학적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미래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연구자는 각자의 관점과 성향에 따라 독창적으로 미래를 탐구하고 설계한다. 따라서 미래학은 ▲과학적 ▲관념적 ▲공상적 요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학문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래학은 시간에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학문이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간다. 현재는 곧 과거가 되고, 미래는 곧 현재로 다가온다. 따라서 현재 속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여 우리는 현재 속에서 미래를 읽게 된다. 미래는 과거, 현재와 함께 시간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시간은 공간 속에서 존재하며 공간 속에는 어떤 맥락이 흐르고 있다. 이런 의미의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부터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투사하면(backcasting) 인간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들을 찾아낼 수 있다. 여기에 통찰력을 가하여 체계화하면 과거역사가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가능성 중심 시각을 바탕으로 현재로부터 시간을 앞으로 전진시켜 미래로 투사하여(forecasting) 발생 가능한 미래의 사건들을 찾아내고 여기에 통찰력을 가하여 체계화하면 미래역사가 구성된다.

  바로 이 점에서 미래학은 미래의 역사가 어떤 시간과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떤 맥락을 가지고 구성될 것인가를 탐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하나이지만 많은 역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같이, 미래는 하나이지만 많은 미래역사들로 구성된다. 또한 과거역사의 구성은 이미 존속되어 온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는 동시에 역사가들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미래역사 구성에는 과거에 대한 통찰과 명확한 현재분석이 요구되며, 이에 기초한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명확한 시간흐름 개념이 요구된다.

 

미래학파의 계보

  미래를 보는 관점에 따라 외삽주의(外揷主義), 전이주의(轉移主義), 급진주의(急進主義) 학파가 존재한다.

  외삽주의는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간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 아래 현재로부터 과거를 투사하여 어떤 추세의 특성을 밝히고, 이것을 미래로 투사(외삽)하여 그 추세의 미래를 예측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추구하는 미래는 양적 변화이며 점진적 개선이다. 대표자는 칸(H. Kahn), 오닐(G. K. O'Neill) 등이다. 외삽주의에 입각한 예측방법이 추세외삽법(Trend Extrapolation)으로 모든 예측의 기초가 된다.
전이주의는 미래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열리는 것으로 점진적이라기보다는 질적·확산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기존 패러다임이 하강하고 신패러다임이 상승하는 교차점에서 변화의 경계가 생기고, 이를 분기점으로 한 형태로부터 다른 형태로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즉 변화의 경계를 중심으로 신세계 A로부터 신세계 B로의 전환, 산업사회로부터 후기산업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구하는 미래는 질적 변화이며 전환적 개혁이다. 벨(D. Bell), 나이스비트(J. Naisbitt), 살크(J. Salk) 등이 대표자다.
급진주의는 과거, 현재, 미래는 분리적이라는 것이다. 모순과 갈등이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휩쓸 정도의 포화상태에 이르면 총체적 위기를 가져와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외삽적 충격이나 혁명에 의해 촉발된다. 이에 따라 추구하는 미래는 창조적 파괴, 총체적 혁신이다. 대표자는 로스자크(T. Roszak), 하만(W. Harman) 등이다. 외삽주의와 전이주의가 공감대를 형성하나 21세기에 들어 급격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인종갈등, 슈퍼테러 등으로 급진주의가 부상하고, 예측방법의 정교화는 급진주의적 예측을 촉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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