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 김지영 사회부 객원기자
  • 승인 2011.05.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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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연 1,870억 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민단체 요구사항 31개 가운데 26개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밝혔으나 한국농업경영인 연합회(한농연) 등이 요구한 ‘소득보전 직불제’와 ‘폐업 보상 지원제 개선’ 등 핵심 요구안 6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세 축산농가의 폐업 처분 때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농가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굵직한 알맹이들은 대부분 제외한 것이다.

  또한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되면 학교급식용 식자재를 구입할 때 유럽연합은 유럽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럽연합 쪽이 양해해줄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위에서 언급한 단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GDP 상승, 수출의 증가와 같이 눈에 보이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와인과 명품, 자동차 등의 가격이 싸진다는, 즉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에게만 이익이 가는 장점 또한 갖고 있다. 모든 국민을 위한 협정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여러 차례 열어 격론을 벌인 끝에 지난 2일 합의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밤 10시 즈음 해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의 표시로 회의에 불참한 사이에 한나라당은 비준동의안을 단독 처리해 버렸다. 다른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유럽연합 협정이 우리나라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면 왜 민주당은 자리를 피하기만 하고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을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항의의 표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여당에 맞설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협정을 여당의 정치인들이 억지로 통과시켜버렸다. 그러한 불리한 협정을 표현의 자유, 토론의 자유 없이 단독으로 밀고나가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본 국민들은 황당해 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면 상관없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항상 높으신 분들은 국민의 존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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