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특성화, 발전을 위한 것인가
대학의 특성화, 발전을 위한 것인가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1.05.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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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특성화가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포함돼 대학의 평가 지표로 자리함에 따라 각 대학에서 대학 특성화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분석한 대학 특성화 현황에 따르면 전년도에 집계한 463개 대학 중 301개 대학이 특성화 분야 사업을 추진중이고, 현재 그 비중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평가 지표 외에도 각 대학이 특성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성화는 진정 대학의 발전을 위한 것일까?

우리대학의 특성화
  우리대학은 2007년부터 각 학과의 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한 교내 특성화 사업을 시행해 왔다. 이 사업은 발전가능성이 있는 분야와 육성이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연구성과를 극대화하고 대학 특성화의 기틀을 다진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학 특성화 사업을 중장·단기로 이분화 하여 특성화 방향을 세분화 했다.

  중장기 특성화 사업은 기존 학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것으로 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학과와 전공을 육성한다. 우리대학은 올해 약학대학과 유아교육과를 중장기 사업단으로 선정했다. 발전정책실 김동현 씨는 “선정 심사단을 구성해 사업내역 평가가 가장 우수한 두 학과를 중장기 사업단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약학과는 ‘세계 수준의 전문약학사(Pharm.D) 양성을 위한 약학교육 시스템 구축’을 사업명으로 하고 있다. 유아교육과는 ‘유아교사를 위한 GCE(일반교육 자격시험) 역량강화 사업’을 사업명으로 하고 있다. 사업지원을 받는 기간은 5년간으로, 선정된 사업단은 3억 원 이내의 사업지원금을 지원받게 된다.

  단기 특성화 사업은 계속지원사업과 신규지원사업이 병행된다. 계속지원사업은 기존 특성화 사업단의 사업추진내역을 심사하여 계속지원 여부를 결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규 특성화 사업단을 선정했다. 계속지원사업에 선정된 학과는 ▲컴퓨터학과 ▲국제통상학과 ▲문헌정보학과 ▲정보통계학과 ▲인문과학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지역문화연구센터 총 5개 학과이며, 신규지원사업 대상으로 ▲사회학과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식품영양학과 ▲사회복지학과 ▲정치외교학과 총 6개 학과가 선정돼 총 11개 학과에서 지원받게 된다. 특히 우리대학은 올해부터 졸업인증제를 도입해 교내 특성화 사업과 병행함으로써 우리대학의 대표 브랜드 학과를 만들고 우리대학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꾀하고 있다.

동시다발적 움직임, 특성화
  이런 움직임은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 대학 전반에 일고있는 반향이다. 최근 몇 년간 상당수 대학이 특성화 학과를 신설·운영해 파격적으로 지원하며 우수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대학의 경우 장학금 등의 혜택을 늘리는 등 특성화를 진행하고 있다.

  숙명여대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ue) 외식경영전공은 고학년 전원이 국내 대기업 식품 관련 분야에서 인턴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한양대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금융전문 능력가 양성을 위해 2009년 신설한 학과로 공인회계사, 국제공인재무분석사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설했다. 이처럼 혜택과 커리큘럼이 다양화 됨에 따라 해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의 관심도 높아 대학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교과부는 지난해 2월, 각 대학의 특성화 내역과 경쟁력 등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대학특성화 알리미’를 구축했다. ‘대학특성화 알리미’를 통해 대학별 특성화 내역 검색과 대학별 비교검색이 가능하며 ▲학교별 특성화 계획 ▲특성화 분야 ▲특성화 사업 추진실적 등 16개 지표와 우수사례를 지역별, 학과별, 분야별로 파악할 수 있다.

  ‘대학특성화 알리미’에 따르면 특성화를 진행하는 학과는 예체능 관련 학과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사회복지, 공공서비스 관련 학과가 뒤를 이었다. 취업률이 가장 높은 학과는 보건·의료 분야로 그 다음으로는 건설·교통 등 공공서비스 관련 학과임을 파악할 수 있다. 특성화 사업에 참여한 졸업생 취업률은 전체 졸업생 중 69.7%를 차지한다.

특성화, 잘못된 이용
  대학생에게는 특수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취업의 기회를 넓히는 기회이며 대학은 홍보의 기회가 되는 특성화 교육,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이를 논하기 위해선 특성화 사업의 의의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특성화 사업은 ‘선택’과 ‘집중’ 이 두 키워드로 대변할 수 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학생을 육성하고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보유하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 대학 재정 관리 차원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대학들 간, 또는 대학 내 다양한 학문단위 간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모든 학과의 ‘균형 발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교과부가 ‘대학 자율화’를 부여함에 따라 특성화 사업의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대학특성화 알리미’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특성화의 폐단 중 하나로 ‘학과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학과선정과 예산 실행의 어려움’이 꼽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교육기관 시설 여건상 특성화 사업을 위한 자금이 사업 원래의 목표를 위해 투자되기 보다는 대학 및 학과 기본 운영 구축을 위한 명목상 투자액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은 특성화 사업 공지에 중장기 특성화 사업의 경우 하계방학을 이용해 특성화 사업 선정학과의 사업 내역을 중간점검하고 예산 조정을 해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무엇보다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기초학문이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특성화 사업 내역은 대부분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위한 계획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렇다보니 단편적 기술훈련에 편중되고 순수학문으로 불리우는 기초학문은 편중투자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교과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고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문 발전은 교육의 발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초학문 연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모든 재정지원 사업이 그렇듯 특성화 사업 역시 1년을 단위로 하는 예산회계의 구속을 받는다.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특성화 사업 성과를 평가해 사업 진행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대학에서 학문단위간 경쟁을 억제하고, 특성화 방향을 장기적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과 약속한 비전을 최대로 중단 없이 지속해 나가야 하며, 학문간 균형 발전을 위한 또 다른 투자·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대학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학문단위가 불균형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자원배분전략을 모색하는 것 역시 함께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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