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논문 평론부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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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수정(약햑.03
  • 승인 2003.11.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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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의 바보 광대 분석

 

 서론 : 비극과 바보 광대의 어울림 (광대의 역사)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읽으면서 중심 인물 못지 않게 인상적인 인물이 바로 바보 광대(fool)였다. 희랍 비극에서의 코러스와는 달리 더욱 역동적이고 ‘비정상인’ 인물이다. 과연 비극인 ‘리어왕’에 그 자체로 희극성을 주는 광대가, 그것도 바보 광대가 어울리는가? 리어왕의 바보 광대를 논하기 전에 우선 광대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 보면 광대의 역사는 중세의 민중적 축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치와 질서를 뒤집는 전복적인 성향의 축제가 있었고, 그 중심 요소는 풍자와 해학의 웃음이며 이 웃음을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역할이 바로 광대였다. 그러나 바보 광대는 어리석은 인간을 상징하고 그 어리석음은 인간의 대표적인 악덕이었다.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어리석음은 단순히 인간의 악덕으로 보는 데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지혜를 드러내는 통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제 바보 광대는 어리석다는 외양을 방패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로움을 지닌 바보 광대를 세익스피어는 어떻게 활용했는지, 특히 비극에서는 어떠한 극적 효과를 담당하게 했는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Ⅱ 세익스피어극에서의 일반적인 바보 광대론 1. 시대적 배경과 극장 구조의 특수성(locus와 platea의 역동성) 세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의 시기(엘리자베스 시대)는 영국이 자본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진행되던 전환기로서 중세적 가치관과 르네상스 가치관이 대립하고 새로운 사회질서와 상업주의가 점차 확산되는 과도기적 시대였다. 세익스피어는 ‘세상이 곧 무대’라는 생각으로 그의 연극에서 당시의 상충하는 가치들을 병치시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전환기적 연극에 잘 어울리게 지어진 것이 바로 극장의 구조였다. 극장의 구조가 안쪽 무대인 로커스(locus)와 바깥쪽 무대인 플라티아(platea)로 나뉘어져 로커스는 극의 중심 사건이 진행되는 관객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는 무대이고 반면에 플라티아는 광대, 광인, 바보 등이 지배하는 축제적 공간으로서 배우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고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돌출된 무대이다. 바보 광대는 로커스와 플라티아를 왔다 갔다하며 연극의 자유로운 주제 비판과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연극과 축제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2. 왜 바보(fool)여야 하는가? 바보 광대는 왕과 함께 궁정에서 살도록 하는 오래된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추측되는데 하나는 사악한 기운이 왕에게 미치는 것을 바보가 막아준다는 미신이 있었고 또 하나는 바보의 익살로 궁정 생활이 즐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함을 가진 자였으므로 일반적인 상식의 세계 밖에 놓여 있었고 이로 인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연극에서 바보 광대를 내세워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관객의 감정을 대변하는 이유이다. 지배적 가치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풍자는 어느 시대에나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고 바보 광대를 내세울 경우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3. 세익스피어극에서의 바보 광대의 의의와 역할 세익스피어극에서의 바보 광대는 흔히 ‘현명한 바보 광대 (wise fool)’ Kim, jong-hwan, A wise fool and a foolish king, ,한국 세익스피어학회, 1990, p6 로 불리운다. 완전히 상반되는 단어의 조합인 ‘현명한 바보 광대’란 외양은 바보인 듯 하지만 실재는 현자이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다. 허락된 바보라는 점에서 그의 표현의 자유로움을 추측할 수 있다. 극에서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극중 인물에게 충고하기도 하고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현명한 바보 광대는⌈As you like it⌋의 Touchstone, ⌈Twelfth Night⌋의 Feste, ⌈All's well that Ends well⌋의 Lavatch, ⌈King Lear⌋의Fool 등이다. 이 현명한 바보 광대들은 극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그들의 허영과 자만심을 탓하기도 한다. 또한 재치 있고 테크닉적인 언어 구사를 통해 관객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관객이 연극성을 이해하고 연극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더불어 작가가 지니는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이다. 희극에서의 바보 광대는 그 희극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극의 성격과 화합이 자연스러우며 오히려 희극성을 배가시키는 강화적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비극’에서의 바보 광대는 적절한 선택인가? 4대 비극의 하나인 ‘리어왕’을 통해서 바보 광대의 역할과 비극이기 때문에 (희극과는 달리) 한계점은 없는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Ⅲ ‘리어왕’에서의 바보 광대론 1.비극에서의 바보 광대의 의의 ‘리어왕’은 한순간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딸, 충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비극이다. 여기에 리어왕 곁에서 신랄한 비판을 거침 없이 해대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바보 광대이다. 바보 광대는 진실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리어왕을 계속 비판히며 자극한다. 재치있는 말과 농담을 섞기도 하지만 즐겁다기보다는, 재미는 있지만 개운하지는 않은, 오히려 쓸쓸하고 절망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바보 광대가 웃음을 유발하는 말과 노래를 하지만 리어왕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 축제가 웃음을 배제시키기 때문이다. 바보 광대는 희극에서와는 달리 리어가 겪는 시련의 과정에 동참하고 리어왕이 유일하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며 진실을 깨닫게 한다. 2.바보 광대의 등장과 퇴장 바보 광대가 등장하는 장면은 제1막 4장의 중간 부분으로 큰 딸 고네릴의 시종에게 낭패를 당하고 변장한 충신 켄트를 고용한 직후에 등장한다. 리어왕의 고난이 구체화되면서 등장한 것이다. 아직까지 리어왕은 자신의 선택-두딸에게 영토와 재산을 전부 넘기고 막내딸을 쫓아낸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고 있으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리고 제 3막의 폭풍우 치는 황량한 들판 장면을 지나 6장 중간에서 퇴장한다. 이는 폭풍우 치는 황량한 들판에서 리어왕의 깨달음이 최고조에 이른후 광기를 내보인 이후이다. 광기를 보이지만 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은 언뜻 바보 광대의 그것과 유사하다. 리어왕이 바보 광대를 대신하는 듯 보이면서, 그리고 진실을 깨닫게 된 이상 바보 광대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됨으로써 광대는 퇴장하게 된다. 3. 리어왕에서의 바보 광대의 역할 (1) 리어왕의 깨달음을 이끄는 조언자 리어왕의 곁에 붙어 있는 바보 광대의 역할은 리어왕이 고난을 겪으면서 자기 깨달음을 이루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다음의 대사에서 바보 광대는 끊임없이 리어왕을 자극시킨다. “....인기가 없어진 사람의 편을 드니까 그렇지. 바람부는대로 웃지 않으면 곧 감기에 걸리고 말아. 자, 이 닭털 모자를 받아라. (리어를 향하여)아니, 이 사람은 두딸을 쫓아내고 셋째딸에게는 마음에도 없는 축복을 주었어. 이 사람을 뒤따르려면 닭털모자를 쓰지 않으면 안돼..”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2 “.......황금의 관을 양도했을 때 당신 대머리 골통 속에는 남은 지혜가 별로 없었지요....(노래) 금년은 바보가 손해보는 해. 지혜 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 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 버려서 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졌네.”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4 “.....아저씨는 지혜의 껍질을 양쪽 끝에서 벗겨 버린 탓에 가운데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요...”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5 “......지금 당신의 몰골은 숫자 없는 영(零)의 신세예요....”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6 “(노래) 바위종다리가 오랫동안 뻐꾸기를 먹여 주었더니 그 새끼가 바위 종다리의 목을 잘라 버렸네”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7 “또다른 따님은 당신을 천성대로 대할 터이니 두고 보십시오. 왜냐하면 두 따님은 능금과 사과처럼 꼭 닮았으니....”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82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장님이 된다는데,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친절하다네. 운명의 여신은 매춘부라서 가난한 사람에게 문을 잠그네”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97 “(노래) 어리숙하고 지혜 없는 놈아, 바람 부는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모두 팔자소관으로 체념하라, 허구헌날 매일같이 비가 온다 해도.”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312 바보 광대는 리어왕의 처지를 직접적으로, 또는 비유를 들어서 계속 깨우쳐 주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리어왕은 점점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진실을 깨우쳐 간다. 고네릴과 리건의 상상 모의 재판을 끝내면서 바보 광대는 퇴장한다. (2) 리어왕 자신의 양심을 상징 광대 “...지금 당신의 몰골은 숫자 없는 영(零)의 신세예요....나는 바보 광대고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 니까(nothing)...”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6 리어왕:“여기 있는 자들아, 너희들 가운데 나를 아는 자가 있는냐? 여기 있는 사람은 리어가 아니 다.......아! 이게 생시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사람 없는냐?” 광대: “리어의 그림자죠.”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7 바로 이 부분에서 바보 광대는 리어왕 자신의 무의식, 잠재적인 자아, 양심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자’가 전통적으로 또 하나의 숨겨진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바보 광대는 전혀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리어왕 자신의 숨겨진 자아일 수 있다. 또한 바보 광대는 리어왕의 곁에서만 맴돈다. 더욱이 아무리 ‘바보’ 광대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버릇 없고 신랄한 독설( 리어왕을 바보라고 한다든지, 때려줄거라고 한다든지)을 리어왕은 잠자코 들어 준다. 이는 바보 광대가 리어왕 자신을 일깨우는 또 하나의 자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3) 리어왕 주제의 상징적 축약 :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장치로서의 기능 세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대(16세기 말- 17세기 초)는 영국 사회의 전 영역에서 변화를 겪는 전환기의 사회였다. 전통적 중세적 가치관과 르네상스 가치관이 대립하고 낙관론과 회의론이 공존하며 여러 대립적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과도기적 사회가 가지는 여러 대립적 상황들을 세익스피어의 극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어왕’속에는 많은 대립구도가 존재한다. 우선 고네릴과 리건의 위선과 코딜리어의 정직이 대립한다. 또한 리어왕이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 진실과 허위, 외양에서 보이는것과 실재의 다름 등이다. 리어왕은 외양(外樣)은 왕이지만 실재(實在)는 어리석은 노인네이다. 이에 반해 바보 광대는 외양은 바보이지만 실재는 현자이다. 즉 바보 광대는 극 전체의 팽팽한 대립 구도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동시에 극 전체를 꿰뚫는 아이러니의 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4) 일반적인 진리의 역설 바보 광대는 리어왕을 둘러싼 상황과 처지에 대해 주로 얘기하고 노래하지만 한편 이를 빗대어 일반적인 진리, 사실들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가진 것을 다 보이지 말고 아는 것을 다 말하지 말라. 가진 것 이상으로 꾸어 주지 말고 뚜벅 뚜벅 걷지 말고 말을 타거라.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내기 건 이상 바라지 말고 술과 계집 다 버리고 집에 들어앉으면 열개의 두배가 스물보다 더 많으리.”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3 “...양반님네들이나 저명인사들은 내가 혼자서 바보 노릇하는 것을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 혼자서 바보 광대의 전매 특허를 가지려고 하면, 그 양반들도 한몫 끼겠다고 야단들입죠. 부인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혼자서 바보 광대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죠..”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274 “신부의 말이 행동보다 앞설때, 술장수가 누룩에 물을 섞을때, 귀족이 재봉사의 선생이 될 때, 이교도는 살려두고 기생 서방 죽일 때, 재판하는 사건마다 옳다고 판정날 때......그때가 되면 영국의 왕국에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세익스피어, 이태주 역,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범우사, 1996, p313 이러한 대목에서 바보 광대는 진리를 가르쳐 주는 현자의 모습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바보 광대는 극 중의 단순한 배우가 아닌 극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노래하는 작가의 대변자이다. 4. 리어왕의 바보 광대가 가지는 한계(限界) 그 자체로 희극성을 가지는 바보 광대가 비극에서 가지는 한계는 무엇보다도 더 이상 바보의 풍자가 필요하지 않을 때이다. 즉 비극의 전모가 밝혀지고 그 비극성이 최고조에 이를 때 더 이상 광대는 끼어들 틈이 없다. 리어왕에서도 마찬가지로 리어왕의 고난이 시작되면서 등장한 광대는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리어왕을 조롱하며 진실을 깨우치도록 계속 자극한다. 그러나 드디어 리어왕이 진실을 깨달으면서 그 비극성은 절정으로 향해 간다. 이 시점에서 바보 광대는 더 이상 조롱할 대상이 없어진 것이고 그의 재치있는 말도 비극이 가져다 주는 긴장감 때문에 재미가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광대는 극의 중간에 퇴장해 버린다. 앞으로는 극의 중심 인물들이 치열하게 서로 부대끼면서 극을 정리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바보 광대로서는 더 이상 끼어들 일이 없는 것이다. 비극의 세계에서 바보 광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점이다. Ⅳ 결론 : 현명한 바보 광대(wise fool)의 역설적 의미 현명한 바보 광대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즉 바보로 태어났는데 현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으며 바보는 현명할 수 없다. 따라서 현명한 바보 광대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보(artificial fool) Kim, jong-hwan, A wise fool and a foolish king,, 한국 세익스피어 학회, 1990, p6 이다. 그러면 왜 현명한 말들을 바보를 통해서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는 사회적으로 유쾌하지 않은 견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바보 광대와 미친 사람을 이용하는 엘리자베드 시대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리어왕’에서 바보 광대는 온갖 반어와 역설, 농담, 광기 섞인 옳은 말들을 거침 없이 쏟아낸다. 바보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있는 말들을 신랄하게 해댄다. 바보 광대는 사회 구성원들의 밖에 놓여져 있다. 따라서 그가 어떤 말을 해대더라도, 심지어 사회 전복적인 소리를 하더라도 그건 단지 바보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헛’소리가 아무런 효과를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객은 그의 헛소리가 왠지 설득력 있게 느껴질 수도 있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무의식적 수긍은 또 하나의 사상과 철학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연극이 관객, 더 나아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바보 광대의 헛소리는 더 이상 ‘헛’소리가 아닌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자신이 말하고 싶지만 다소 위험한 것들, 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얘기들을 바보 광대를 통해서 함으로써 그 위험을 감소시키고 지루한 얘기도 재치있는 언어적 기술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비극에 있어서도 일정한 한계점은 갖지만 바보 광대의 현명한 조롱은 리어왕이 진실을 깨닫도록 했던 것처럼 관객에게도 그대로 유효한 의미를 전달했을 것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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