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기록이 곧 다큐멘터리, 김진혁 PD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이 곧 다큐멘터리, 김진혁 PD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1.05.2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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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와도 같은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EBS로 채널을 돌려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지식채널 e>라고 답할 것이다. 약 5분에 걸쳐서 감각적인 영상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 <지식채널 e>는 흔히 규정되던 다큐멘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 PD에게 듣는 다큐멘터리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EBS의 김진혁 PD를 만나 <지식채널 e>와 다큐멘터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식채널 e>라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짧은 형태의 지식을 담은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들 사이사이에 틀겠다는 기획은 원래 EBS측에서 가지고 있던 계획이었다. 원래는 다큐멘터리보다도 짧은 지식을 포함한 1분 내외의 프로그램이 될 예정이었는데 담당 PD가 되면서 잘만 한다면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50분짜리 프로그램을 5분에 압축한 듯한 내용과 표현기법 역시 대중성을 간직한 상업적 방식으로 추진했다. 한마디로 기존에 존재하던 양질의 교양방송을 세련된 방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물론 이런 안이 처음부터 정해진 방식은 아니었다. 2개월 동안 고민을 했는데 다른 작가들, 제작진들의 모든 아이디어가 녹아 만들어진 결과물이 현재의 <지식채널 e>라고 할 수 있겠다.

<지식채널 e>라는 프로그램이 획기적인 만큼 제작과정도 남다를 것 같은데

  사실 제작과정은 다른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같이 제일 먼저 제작회의를 거쳐 구성안을 만들고 그에 맞춰 촬영하고 편집하는 식이다. 단 영상을 만들 때 사진이나 관련 영상 자료들을 찾아 그것들을 편집해 사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촬영은 생략되거나 아주 가끔 이용되는 편이다. 
  이외에도 차이점이 있다면 각 개별편의 기획을 할 때 타 프로그램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소재를 고를 때 ‘뭘 하자’고 한계를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열어놓은 상태에서 찾을뿐더러 시청자들이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줄 수 있는 소재들을 굉장히 우연적인 방법으로 도출해 내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게 소재를 찾고 나면 회의를 거치는데 이 회의 역시 소재나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진행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먼지를 주제로 정해두고도 결론은 바위가 될 수도 있는 거지(웃음). 시의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 쪽으로 잡으려고 한다. 그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더욱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왜 광고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하셨는지

  EBS라는 방송국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재미있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내용도 의미도 좋지만 이쪽의 모든 프로그램이 너무 의미 위주로만 돌아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러다보니 좀 더 편집에 신경을 쓰면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부터 뮤직 비디오나 영화 예고편 같은 화려한 영상과 세련된 편집 기법에 관심이 많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내용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다.

<지식채널 e>역시 굳이 속한 영역을 따지자면 다큐멘터리에 속하게 될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란 어떤 장르인지, 사회에서 다큐멘터리가 해야 할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다. 말 그대로 있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 가장 날 것을 가감 없이 담아내면 그것이 다큐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을 조작하거나 누락시키게 된다면 곤란하다. 어떻게 얘기해야 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렇지만 기록해서 남에게 공개하지 않고 그 기록을 혼자만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없거니와 언론으로써도 부적합하게 되는 것이다. 약자들의 소외, 어려움에 대해서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은 스스로 권력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언론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똑바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 그러다 보니 주로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얘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언론인들은 이와 같은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 아니라 언론을 하나의 직장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부터 상당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언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 우선시되지 않으니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도 꺼리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총체적인 난국에 달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언론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아직도 로드맵이 존재하고 노력하는 여러 언론인들이 있으니까.  

  <지식채널 e>를 그만두고 나서 오히려 책, 강의 등으로 더욱 숨 돌릴 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김 PD는 “가장 중요한 건 ‘근거 없는 자신감’과 ‘근거 있는 자신감’을 둘 다 가지는 거에요. 솔직히 경력이나 경험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동일한 수준의 스텝이 주어졌을 때 초심자와 경험자가 각각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면 누가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전혀 없는거에요”라고 언론인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의 말대로 다큐멘터리는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이다. 화려함이나 특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배짱만 지니고 있다면 누구나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 당장은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도 기록할 만한 가치와 매력이 있는 아이템이 생겨난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앞으로도 사실을 이야기하는 더욱 많은 기록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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