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소설부문 응모작
학술문예상 소설부문 응모작
  • 승인 2003.11.2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앉은뱅이 꽃은 행복하다.

 " 앉은뱅이다 "
지연이의 친구가 응규를 보며 던진 말이었다.
' 뭐 앉은뱅이? '
지연이는 그런 친구에게 응규를 자기아빠라고 말할 수 없었다. 누가뭐라고 해도 자기아빠를 이 세상 최고라고 믿었던 지연이여도 앉은뱅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화낼 이유도 없었다. 친구말처럼 지연이의 아빠는 휠체어를 탄 앉은뱅이니깐. 그런데 지연이는 사실인 것을 알면서도.. 왜 화가 나는지,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6살 된 지연이는 이렇게 아빠의 장애가 단지 남들과 다른 것만이 아닌 남들보다 부족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연이는 놀이터에 가서 놀자는 친구의 말을 저버리고 풀이 죽은 체 집에 들어갔다.
" 엄마, 아빠! 왜 아빠가 앉은뱅이야? 친구가 아빠보고 앉은뱅이래. "
" 지연아.."
은숙은 응규앞에서 아빠가 정말 앉은뱅이냐구 물어보는 지연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왜 아빠가 앉은뱅이냐구? 아니지 아빠? 그냥 지금 몸이 쫌 아파서 그런거지? 쫌 있으면 일어나서 아빠가 탄 자전거 내가 타고 놀게 해줄꺼지? 그리고 지연이 결혼할 때 아빠가 지연이랑 같이 손잡고 같이 걸을 거잖아? "
" 왜 아무말도 안해! 아빠 앉은뱅이 아니잖아! 아니잖아! "
응규와 은숙은 지연이에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정말 앉은뱅이라는 것도. 그리고 어쩌면 지연이가 결혼할 때 아빠가 지연이 손을 못 붙잡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은숙도 은숙이지만 응규는 그런 지연이를 보기가 더 마음이 아팠다. 부모가 자식의 눈에서 눈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으니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자신의 장애보다 앞으로 진민이, 지연이 두 아이가 받아야 할 상처가 더 응규를 힘들게 했다. 이제 병원에서 퇴원한지 1년도 안되었는데 응규는 벌써부터 자신의 장애가 버겁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일뿐인데.
울면서 아빠가 앉은뱅이냐고 물었던 지연이가 어느덧 웃으면 휠체어에 앉았다.
" 오빠! 이거 밀어봐! "
지연이가 휠체어에 타고, 진민이에게 밀어달라고 한다.
" 싫어! 맨날 내가 밀어줬잖아. 오늘은 너가 나 밀어죠. 내가 탈래. "
" 싫어. 내가 먼저 탈꺼야. "
" 싫어. 나 먼저 탈래. "
7살 진민이와 6살 지연이가 휠체어를 두고 서로 타겠다고 다툰다. 그렇게 진민이와 지연이에게는 아빠의 두 다리는 너무나 재미있는 장난감과 같은 것이었다. 아마 진민이와 지연이는 평생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것도 모르는 나이였다. 그리고 어린 자신들도 할 수 있는걸 아빠가 평생 하지 못한다는 것도 모르는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다.

 다음날, 피아노 학원을 다녀온 지연이는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여느 때보다 더 맑은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응규에게 온다. 
" 아빠! 아빠!  아빠 하루종일 집에 있느냐고 심심했을텐데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 "
" 오늘 피아노학원 갔다오는 길에 들은 이야기인데.. 옛날 옛날에 한 아이가 살았어. 근데 그 아이의 엄마가 너무 아픈거야. 그래서 그 아이는 매일같이 기도했지. 엄마 병이 낫게 해달라고. 그런데 어느 날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서 아이에게 그러는 거야. 집 근처에 있는 무덤에 가서 시체다리를 하나 가져와서 그걸 엄마에게 먹이라고. 그럼 엄마 병이 다 나을거라고. 그래서 아이는 무섭지만 바로 산에 가서 시체다리 하나를 가져왔어. 근데 갑자기 그 시체가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
" 뭐라고 그랬는데 "
" 내 다리내놔! 내 다리내놔! 그러는 거야. 무섭지? "
" 와.. 정말 무서웠겠다.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했는데? "
응규는 지연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귀신흉내를 보며 말했다.
" 너무 무서웠지만 아이는 시체 다리를 갖고 막 뛰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그걸 드렸는데. 집에 가서 불아래에서 보니깐 그게 산삼이었던거야. 그래서 엄마병이 다 나았데. "
" 정말 착한 아이네. "
" 그렇지, 아빠. "
그러고 지연이는 ' 내 다리내놔! 내 다리내놔 ' 하는 귀신 흉내가 재미있는지 계속 흉내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지연이는 가족들에게 등뒤에서 ' 내 다리내놔! ' 거리면서 놀래키는 재미에 살았다. 그래서 진민이의 딸꾹질을 멈추게 할 때도 있었다. 얼마나 자주했는지 지연이의 내 다리내놔는 가족 모두가 귀에 못이 밖히도록 들었다. 어린나이에 귀신흉내가 재미있었나보다.
그것이 자신에게 눈물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른체.  

그러고 한 달이 지났다. 여느때처럼 어김없이 그 날도 응규네 네 가족은 가족끼리 모여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켜주시고, 우리 진민이와 지연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 되게 해주세요. 아멘. "
응규가 기도를 마쳤다.
" 하나님 아버지, 우리 진민이와 지연이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게 해주시고, 진민이, 지연이 아빠도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멘."
은숙이 기도를 마치고 옆에 있던 지연이가 기도를 시작한다.
" 하나님, 우리 아빠 걷게 해주세요. 아멘. "
지연이는 늘 그렇듯 아빠 걷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끝으로 진민이.
" 하나님, 오늘 하루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 가족 잘 때 도둑놈 안들어 오게 해주세요.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꼭 도둑놈이 안들어오게 해주세요. 아멘. "
진민이까지 가족 네명이 모두 기도를 마쳤다.
" 오빠는 맨날 도둑놈 안들어오게 해달라고만 기도한다. 겁쟁이! "
지연이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도둑놈 안들어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게 웃겼는지 진민이에게 한 마디 한다. 그러나 그 기도는 늘 응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진민이 눈에는 걷지 못하는 아빠는 도둑이 들어와도 자신들을 구해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7살난 아들 진민이에게는 더 이상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도 아니고, 도둑이 들어와도 멋지게 싸울 수 있는 그런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이 응규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응규는 가장으로서 도둑이 들어와도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이 너무나 싫었다.
이렇게 응규, 은숙, 진민, 지연 네 가족은 작지만 소중한 꿈을 가진체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아픔과 상처는 꺼내 놓지 않고. 그리고 무엇보다 응규가 가지고 있는 상처는 응규를 매일같이 술을 마시게 했다. 어쩌면 술이 있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상황과 장애를 잊을 수 있을거라고 응규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응규는 술을 잔뜩 마신체 집으로 돌아왔다.
" 아~~~ 냄새. 아빠 또 술 마셨어 ? "
어린 지연이도 술마신 아빠가 싫었는지 응규 얼굴만 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 여보! 당신 언제까지 그렇게 술만 마실꺼야? 애들도 생각하고 당신인생도 생각해야지. 장애를 입었다고 걷지 못한다고 평생 술만 마시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거잖아."
은숙도 늘 술마시는 응규에게 똑같은 잔소리만은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은숙도 하루아침에 걷지 못하는 불구자가 된 남편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였다.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리고 은숙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응규가 그런 자기 모습을 비관해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것은  정말 싫었다. 그런 자신의 삶 속에서도 희망을 찾길 바랬다. 힘들지 모르지만. 퇴원 후, 남편이 늘은것이라고는 술 밖에 없었다.
" 왜 그리도 힘들게 세상을 살아?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더니..정말 당신 주위 사람들과 술을 마시니깐 당신장애에 대한 슬픔이 줄어? 줄더냐구 ? "
오늘따라 은숙의 목소리는 컸다. 은숙은 울 것 만 같았다. 장애입은 당신만 힘드냐구. 나랑 아이들은 괜찮아서 매일같이 히히덕 거리면서 웃고 다니는줄 아냐구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상처가 되는 줄 아는 은숙은 여기에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하던 설거지를 계속 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하나 응규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자기 방으로 가거나, 자기 하던 일을 계속 할 뿐이었다.
응규도 방으로 들어갔다. 휠체어에 내려서 침대에 올라가려는데 오늘따라 술을 많이 마셨는지 중심을 잃고 방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응규는 가족들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기 힘으로 침대도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한 자신을 한동안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 한심한 것. 이제 심지어는 침대에도 못올라가고. 김응규 ! 도대체 너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니? '
응규는 그냥 오늘은 방바닥에서 자기로 결심을 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기 싫었다. 그래서 응규는 엉덩이와 팔 힘으로 자신을 몸을 방구석까지 옮기고 자리를 잡고 누웠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또 하나의 '그' 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처량한 모습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너무 싫었다. 무력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그러면서 응규는 자기 연민의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냥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불쌍한 자기 신세를 한탄하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내 다리내놔! 내 다리 내놓으라고! "
응규는 이런 자신과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그래서 더 큰 목소리로 울먹이며 외쳤다. 마치 자신의 다리를 가져 간 것처럼.
" 네 다리내놔!!! 내 다리 내놓으라고!! "
늘 귀신 흉내를 하며 아빠에게 해준 지연이의 옛날 이야기는 어느새 아빠의 입에서 눈물과 함께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연이에게 너무나 재밌기만 했던 그 이야기는 지연이의 눈에서도 눈물을 만들었다. 지연이는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 하나님, 우리 아빠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우리아빠를 아프게 하세요? 우리 가족이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다들 울보되게 하시는 거에요? 제발 우리아빠 걷게 해주세요. 다른 친구들은 아빠랑 소풍도 가고, 놀이동산에도 가는데 전 못가잖아요. 왜 그래야 되는데요? 제발요.. 하나님.. 우리아빠 걷게 해주세요. 우리아빠 수영도 잘하고 축구도 잘한단 말이에요. 우리아빠 안 울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런 응규의 말과 지연이의 기도는 진민이와 은숙의 눈에서도 눈물을 만들었다.
이젠 더 이상 지연이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 슬픈 이야기가 되어버린체...

 그 다음날, 응규는 방바닥에서 잠을 깼다. 술을 먹어서 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방바닥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응규는 하나하나 자신이 그 전날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났다. 오히려 기억이라고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을 볼 낯이 없었다.
응규는 한 동안 멍하니 거울에 미친 자신을 모습을 또 보기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나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추하게 보였다. 그리고 심지어는 혐오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우리 진민이와 지연이를 위해서라도. 내 꼴이 이게 뭔가? 술에 담배에 쩔어있고, 늘 내 자신을 초라하게 추하게 보고 있는 꼴이.. 그래! 변화되어야지 한다. 37살의 나이에 평생 이렇게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삶의 가치가 없는 짓인가..'
응규는 자신이 변해야 됨을 느꼈다. 아니, 변하고 싶었다. 이렇게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도 그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내 자신은 불쌍하다, 보잘 것 없다라고 느낀 자신의 감정들 모두를.
' 그래 다 놓아버리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용납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의 말과 행동도 자신에게 상처가 될 수 없다고.'
응규는 하나둘씩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기 시작했다.
' 앉은뱅이다 ' 지연이의 친구의 말을 놓아버렸다.
' 쯧쯧 젊은 나이에 평생 그러고 어떻게 산담 '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며 말한 동네노인의 말도 놓아버렸다.
' 차라리 죽지 이놈아 ! 이 꼴이 뭐냐 '  울면서 말했던 어머니의 말도 놓아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작게만 바라본 그 동안의 자신을 바라봤던 눈도 놓아버렸다.
그밖에 많은 것들을 응규는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자신이 받았던 상처의 말들을 그의 머리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지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고, 작아지게 만들었던 그 말들을. 그리고 믿기로 결심한다. 난 소중하다고. 그리고 난 남들과 다를 뿐이지. 그게 나의 부족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더 이상 작아지지 말자고.

그러고 며칠 뒤, 은숙은 장에 가고 응규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화장대 위에 가계부와 함께 은숙의 일기장이 있었다. 바로 어제 일기였다.
' 2002년 1월 10일. 오늘은 남편이 다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남편이 장애인 선고를 받은지 며칠 안된 날, 내가 꿨던 꿈이 오늘 새삼 기억이 난다. 그때 난 너무나 막막하고 암담해서 정말 장애인이 된 남편이고, 어린 아이들 걱정하지 않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인지 그 날 내가 죽는 꿈을 꿨다. 하얀 이불이 내 다리를 덮고 내 가슴을 덮고 끝으로 내 머리를 덮으려 할 때 였다. 우리 진민이와 지연이가 울면서 ' 엄마 죽지마 ! ' 그러는 것이 아닌가. 정말 꿈속이라 할찌라고 난 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나를 덮으려 했던 하얀 이불을 걷어치우게 했다. 아마 하나님이 죽고 싶었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덧 1년이 지나고, 난 지금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다. 가족이기에. 그리고 사랑하기에 그들과 함께 있다. 그리고 비록 내 삶이 힘들었지만 그리고 앞으로 힘들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
은숙의 일기장을 본 응규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은숙이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살았던 것처럼 응규도 살아야 했다.
' 당신 그래가지고 어떻게 살라고 그래요? ' 라고 늘 말했던 은숙의 말에 섭섭했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은숙에게서 상처받았던 말들도 놓아버리니, 그렇게 은숙은 응규에게 ' 사랑한다고. 당신을 사랑하기에 난 살았다고.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 말하는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무슨 일인지 평소에 씩씩하기만 했던 7살난 진민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온다.
" 무슨일이니? 친구들이랑 싸웠니? "
은숙이 물었다. 그러나 상처가 난 곳이 없는 것 봐서는 친구들이랑 싸운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 아니야. "
" 그럼 왜 우는데? "
" 엄마.. 은행에 있는 아저씨가 나한테 거짓말한다 "
" 은행에 있는 아저씨가 너한테 거짓말을 한다니? "
은숙이 의아한 듯이 진민이에게 묻는다.
" 오늘 은행에 갔었는데.. 아저씨가 안된데.. 엉 엉 엉 "
" 아저씨가 진민이한테 뭐가 안된데..?? "
" 다른 사람들이 번호 적혀있는 번호표 가지고 가면 막 돈도 주면서 내가 가지고 가니깐 돈 안줘. "
여전히 진민이가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울면서 말한다.
" 번호표를 가지고 가면 돈을 주는 게 아니야, 진민아. "
은숙은 그런 어린 진민이가 귀여워서 인지 웃으며 말한다.
" 근데 진민아, 돈이 왜 필요했는데? 엄마한테 달라고 하지."
" 은행에 가면 더 많이 주잖아. 아빠 걷는 수술하려면 돈 많이 들잖아. 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처럼 번호표 뽑아갔는데 나만 돈 안줬어. 아저씨가. 다른 사람들은 번호표 가지고 가면 돈 다 주는데. 나한테만 안된데. 은행아저씨가 나한테 거짓말했어 "
은숙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진민이의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진민이에게 아빠는 수술을 받아도 걸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진민이에게서 희망을 뺏어가고 싶지 않았다. 은숙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없이 쏟아지는 진민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것밖에는..
 그리고 은숙과 진민이의 대화를 자기 방에서 듣고 있던 응규도 진민이처럼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응규는 행복했다. 자신이 진민이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몰랐었다. 언제자 부족한 아빠로만 보일지 알았는데, 그런 진민이가 자신을 위해 은행까지 갔다니.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슬프고도 행복한 눈물이 응규의 두 눈가에 계속흘러내렸다.
이제 차츰차츰 응규는 알아가는 듯 하다.
자신의 소중함을. 그리고 자신을 향한 가족들의 사랑을.
어쩌면 가족이기에 남들보다 모진 말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어느 덧, 몇 달이 흘러 진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 아빠, 엄마 학교다녀 올께요! "
이제는 좀 더 의젓해진 모습으로 진민이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나선다.
그리고 응규도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나사가 하나 빠진 부족한 인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응규는 오늘도 응규의 삶을 찾아 휠체어 농구장으로 나선다.
휠체어 농구. 이것은 하늘이 응규와 응규가족에게 준 선물이었다. 응규의 삶에 활력이 되어준.
요즘 사람들은 응규에게 이런 말을 한다.
" 어떻게 그렇게 밝게 사세요? " 라고.
그리고 때론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다.
" 장애를 어떻게 이기셨어요? 힘드셨을텐데. "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응규는 이렇게 말한다.
" 장애를 이긴 것이 아니라, 장애를 받아들였다고. 그리고 그 장애까지 사랑했다고. "
비록 남들이 말하는 앉은뱅이라 할찌라도 응규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
앉은뱅이꽃이 다른 꽃들보다는 부족해 보여도 그 주위에 있는 세 송이의 꽃으로 인해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앉은뱅이꽃은 오늘도 세송이 꽃들에게 수줍은 그러나 행복한 고백을 한다.
' 내 곁에 있어준 당신들 세 송이꽃들을 사랑합니다. '
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유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경묵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전유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