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사회적 목적
대학의 사회적 목적
  • 이혜란(국어국문 80) 동문
  • 승인 2011.06.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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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월, 고려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예슬 양이 대학을 자퇴했을 때 언론은 떠들썩했고 우리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명문대 간판을 따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회적 관념에 “저는 오늘 대학을 그만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라며 저항한 김예슬의 선언을 보며 기성세대로서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 전반적으로 취업난이 워낙 극심하다보니 학문적 성취보다 우선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것이 급하다는 현실론 때문에 대학 교육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많이 들어 왔지만 진리도 정의도 심지어 우정도 찾아볼 수 없다는 고통스런 절규를 듣기에 이르니 가슴이 무너졌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진리의 전당,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대학대로 대학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대학의 사회적 목적을 말한다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일까? 

  학문에 대한 탐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반드시 역사적 성찰과 정치적 진보를 이루기 위한 사유와 담론을 관통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율적인 신념체계를 세울 수 있고 그 어떤 자본주의적 욕망과 경쟁 속에서도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회적 가치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론에 담긴 철학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추구하는 내면의 힘이 생겼을 때 직업이 무엇이든 비로소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소위 명문대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나의 모교 덕성여대를 졸업한 동문들이 학벌 차별의 시선에 주눅 들었던 경험을 조심스레 털어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부도덕한 재단 문제로 학내 구성원들 간에 서로 대립하고 싸우는 이미지로 각인된 모교에 대해 고개 돌리는 동문들도 종종 보았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모교가 안정되어 후배들이 다른 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고 좋은 직장에 많이 취업되기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사학재단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덕성의 현실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덕성여대가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난 10여 년간 지난한 투쟁으로 일궈낸 진보의 성과를 후퇴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단 문제로 장기간 수업을 거부하며 싸워야 했던 후배들이 받았을 깊은 상처가 가슴 아프지만 길게 보면 대학시절 불의에 저항했던 경험이야말로 자신의 진보를 넘어 사회의 진보를 구성하는 소중한 자산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덕성의 위상은 바로 이러한 젊은 영혼들의 저항 정신을 제대로 평가하고 포용하여 제도화할 때 민주 사학의 위상으로 높이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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