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부터 이어져 온 논란의 ‘음반 심의’
과거에서 부터 이어져 온 논란의 ‘음반 심의’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1.08.2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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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음반 심의’에 관한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제다. 하루가 다르게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는 곡이 늘어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심의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심의가 가수들의 창작의지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과거에서 부터 이어져온 우리의 ‘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7·80년대 황당한 금지곡들
  1970년대 정부가 대통령 긴급조치 9호를 발표하고 유신체제로 들어섬으로써 가요에 대한 검열이 심해졌다. 수많은 곡들이 검열을 거쳐 갖은 이유로 금지곡 처리가 돼 대부분의 가수들은 자신의 앨범에 ‘건전가요’ 한 곡씩을 꼭 수록해야만 했다. 여기서 건전가요란 말 그대로 검열을 거쳐 ‘건전’하다고 판정된 곡들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새마을 노래> <아! 대한민국> 등이 있다. 자신의 곡이 아님에도 가수들은 너도나도 건전가요를 본인 앨범에 실어야했다. 197·80년대의 살벌한 검열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를 뽑는다면 단연 그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가수 ‘양희은’과 ‘송창식’을 들 수 있겠다. 가수 양희은은 발표한 곡 중 무려 30여 개의 곡이 금지곡 판정을 받았는데 항간에서는 이러한 그녀를 두고 ‘금지곡의 여왕’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애절함을 담은 곡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는가?’라는 이유로, '태양이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가사가 등장하는 <아침이슬>은 '태양'이 북한을 '묘지'가 남한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송창식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금에서야 그의 대표곡으로 불리우는 ‘고래사냥’은 그 당시 고래사냥이라는 말이 남자들의 ‘포경수술’을 떠올리게 한다하여 금지곡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또 <왜 불러>는 ‘왜 불러~왜 불러~’하고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90년대, 음반심의제도 폐지되다
  1996년엔 가요의 발목을 붙잡아 온 ‘음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됐다. 또한 197~80년대에 금지됐던 많은 곡들이 민주화 항쟁의 여파로 1990년대가 되서야 해금됐다. 이것은 그냥 나온 결과물이 아니었다. ‘정태춘, 박은옥’부부와 ‘서태지와 아이들’같은 숨은 주역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사전심의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운동에 앞장섰고 끝내 헌법재판소로부터 음반 사전심의 위헌판결을 이끌어냈다. 비로소 가수들은 ‘검열’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게된 것이다. 1990년대에 등장해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음반심의를 향한 의사 표현방식도 남달랐다. 이들은 가요 심의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돌풍을 이어갔고 이들을 필두로 저항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표곡으로 비판적 사회의식을 담은 <시대유감>이 있다. 1995년 공연윤리위원회는 서태지와 아이들 4집에 수록된 곡, <시대유감>의 가사를 지적하며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끝내 가사를 수정하지 않고 연주곡만을 앨범에 싣게 된다. 이 같은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고 음반심의제도를 폐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후에 음반심의제도가 사라진 1990년대 중반 한동안 조용한 듯 보였던 음반에 대한 검열은 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사후심의라는 이름의 검열로 다시 시작됐다.

  다시 불거진 음반심의 문제
  최근 들어 ‘가요계 심의’문제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심의’를 진행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인기곡’에 한정된 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발표된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은 곡일지라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면 또 다시 심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근래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된 가수 10cm의 <아메리카노>가 있다. 이 곡은 지난해 발표된 곡이지만 최근 이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그런데 여성부는 지난 16일 <아메리카노>의 가사가 건전한 이성교제를 왜곡하고 있다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문제가 된 가사는 ‘이쁜 여자와 담배 피고 차 마실 때’ ‘다른 여자와 키스하고 담배 필 때’라는 부분이었다. 다소 쌩뚱맞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장혜진과 김조한이 편곡해 각각 다시 부른 바이브의 <술이야>와 김동률의 <취중진담> 역시 최근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두 곡 가사에 등장하는 ‘술’이 문제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발표 당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곡들을 두고 뜬금없이 이제와 제재를 하는 것은 무슨 의미냐”라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소년 보호일까 표현의 자유 침해일까
  이 같은 사태에 사람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냐’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혹자들은 ‘여성부가 197·80년대처럼 건전가요를 만들려는 계획인 것 같다’며 비판했다. 이들이 말하는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은 매체’란 무엇일까? 그 모호한 기준에 여러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술, 담배가 가사에 등장할 경우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여성부의 주장에 사람들은 “이 세상에 ‘난 이 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술, 담배를 권하겠어!’라는 의도를 갖고 가사를 쓰는 사람은 없다”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심의에 통과하기 위해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라는 가사의 바이브의 이별노래는 ‘난 늘 우유야. 맨날 우유야’로, ‘술 한잔을 다 같이 들이킬게’라는 투피엠의 <핸즈 업>은 ‘녹차 한 잔을 다 들이킬게’정도로 바꿔야 만족할까?

  논란이 계속되자 여성부는 지난 23일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세칙을 다음 달 말까지 마련해 술이나 담배 등을 직접적으로 권하는 가사를 포함한 노래를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해 건전, 불건전을 논하는 시대역행적 행태가 얼마나 건전한 결과를 가져올이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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