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없는 방송 프로그램
색이 없는 방송 프로그램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1.09.03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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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갓 탤런트> <댄싱 위드 더 스타> 등 요즘 방송가에선 ‘포맷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포맷'은 시리즈물에서 변하지 않는 요소를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해외 방송의 포맷(틀)을 수입하는 현상이 급증하면서 이를 토대로 제작되는 방송 역시 늘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적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방송이 고유의 색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포맷 수입 프로그램의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포맷 수입 프로그램 바람이 불어온다

  <코리아 갓 탤런트>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댄싱 위드 더 스타>. 얼핏 보면 전혀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는 이 프로그램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해외에서 포맷을 사서 우리식으로 만든 ‘포맷 수입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한 내용 모방이 아닌 프로그램 진행방식에서부터 카메라 수와 세트 구성, 시청률, 편성 스케줄 등의 세세한 사항까지 전부 기록된 ‘포맷 바이블’이라는 일종의 제작 지침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우리나라 방송가에는 포맷 수입 프로그램 열풍이 한창이다. <1대 100> <순위 정하는 여자>를 비롯해 이미 종영한 <퀴즈 육감대결> 2012년 방송 예정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4> 등이 모두 그 예라 할 수 있다. 대체 외국 방송 따라하기에 불과한 포맷 수입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유행하는 것일까?

포맷 수입 프로그램의 득과 실

 포맷 수입 프로그램은 원작 제작진들의 수많은 고민 끝에 제작된 것이라 대부분 바이블대로 제작한다. 때문에 제작하는 데 있어 일반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수월하고 제작비도 적게 든다. 또한 시청률로 평가받는 방송의 특성상 해외 및 국내에서까지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것은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프로그램 성공에 대한 파급효과도 뛰어나 투입비용 대비 수익 효과가 높다는 것도 포맷 수입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것처럼 포맷 수입 프로그램에도 역시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 그 프로그램만의 개성과 특색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바이블대로 제작되는 포맷 수입 프로그램에서는 새롭고 독특한 내용과 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지침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규정이 있기까지 한데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이 세 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검증된 프로그램만을 추구하는 것은 실험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포맷 프로그램 수입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현재도 포맷 프로그램으로 인해 창의적인 제작 프로그램이 줄고 있는 상황인데 이대로라면 방송 프로그램이 전부 수입으로 채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만의 색을 갖기 위해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포맷 프로그램 수출 사업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SBS에서 방영된 <인터뷰 게임>은 국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일반인이 직접 주변 인물을 인터뷰한다는 설정과 그 과정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감정변화가 흥미롭다는 평을 받으며 칸 영상 콘텐츠 박람회에서 화제가 됐다. <우리 결혼했어요> <도전 골든벨> <러브하우스> 등도 이미 외국으로 수출된 상태고 <나는 가수다> 역시 수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기존 바이블에 우리나라와 한국인만의 특색과 정서를 가미해 큰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되려 원조 프로그램이 아닌 우리나라의 포맷 프로그램을 수입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포맷 프로그램 수출에는 아직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 공주대학교 배진아(영상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방송분야의 경쟁이 심한 편이라 경쟁 구도 속에서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탄생한 프로그램 포맷을 기획단계서부터 어떻게 상품화할지, 해외 실정에 맞추려면 어떻게 구성할지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해외에 진출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에서 중계해줄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것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다 손쉽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근본적인 자세를 잊고 해외 포맷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포맷 프로그램을 수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수출 사업에 관심을 가질 때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문화 산업의 강국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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