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아직 낮은 단계의 습작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많이 투고되었다. 글쓰기는 훈련이 좀 되었다고 보이는 투고작 가운데서도 아직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말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소설쓰기의 기본은 역시 구성력과 인물묘사력이라 할 수 있는데, 이같은 기본을 제대로 터득하고 어느정도 구사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한번 소설을 써보겠다고 나선 이상, 개인적인 감상을 표현하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사건과 인물을 소설적인 구도에 맞게 배치하고 그려내는 훈련을 겪어내야 할 것이다.
투고작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습이 된 작품들로는 <가출>, <두 달간의 부상>, <위로>, <시 쓰기에 대한 고찰>, <내일을 꿈꾸는 아이> 등 다섯 편 정도였다. 이 가운데 <가출>과 <두 달간의 부상>은 둘 다 꽤 긴 작품으로 가족관계의 위기와 그 극복을 다루고 있는 공통점도 있는데, 역시 문제를 객관화시키고 사건들을 구성해내는 힘이 아직은 모자랐다. <위로>는 실연의 상처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병치시키면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점이 사줄 만하나, 위 두 작품의 문제점을 뛰어넘지는 못하였다. 이들에 비하면<시 쓰기에대한 고찰>은 객관화의 능력에서나 주제에 대한 집중력에서나 훨씬 우월하였다. 좋은 시를 쓰고 싶은 욕망과 되풀이되는 좌절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 여실하게 그려진 것도 이 때문이며, 여기에 풍자적이고 희극적인 문체도 큰 몫을 하였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시' 자체의 의미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고찰이 드러났다면 좋았을 것이고, 더 깔끔하게 다듬을 부분도 없지 않으나, 당선작으로 추천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내일을 꿈꾸는 아이>는 내용에 별 깊이는 없지만,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개의 투고작들과는 달리 개관화된 시점이라든가 후반부의 반전 등 단편소설의 묘미를 어느 정도 살리고 있어서 가작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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