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 정선영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 승인 2011.09.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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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 모임이 생겼다.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 맛집을 찾아본다. 어느 방송사의 유명한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도 이색적이고 가격도 싸다. 친구들과 한껏 마음이 부풀어 맛집에 간다. 맙소사. 맛집이라 주구장창 소개되던 맛집에 맛.이.없.다?!
  지난 6월,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들의 비도덕적 제작 행태를 고발한 영화 <트루맛쇼>가 개봉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트루맛쇼>는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들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제작자들이 직접 식당을 차리고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방송 출연을 위한 과정 첫 번째, 브로커 혹은 광고대행사에 전화를 건다. 두 번째, 브로커와 광고대행사가 친절히 내놓은 각종 맛집 방송프로그램 메뉴와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본다. 세 번째, 돈을 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산다. 네 번째, 방송사와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얼렁뚱당 개발한다. 다섯 번째, 촬영 나온 프로듀서와 작가의 세세한 지시대로 웃고, 말하고, 먹는다. 일주일 후 당신의 가게는 유명한 맛집이 되어 있다. 이쯤 되면 이건 방송이 아니라 허구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방송사들은 수많은 외주 제작사들에게 최소의 제작비용을 주고 시청률 잘 나오는 대박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길 요구한다. 외주 제작사들은 그 ‘갑’의 말을 어길 수가 없다. 그 사이 불공정한 고용관계는 방송계에 협찬이라는 불문율을 만들고 공공재인 전파의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방송의 공공성은 사라진다. 맛집에 맛이 없는 것과 방송국에 진실이 없는 것. 영화는 그 둘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심지 있게 비꼬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 고발영화 특유의 비장함 대신 유쾌함을 선택했다.
  <트루맛쇼>에 따르면 1년에 지상파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는 맛집들은 9,000개가 넘는다.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에 이어 올해 하반기 종편채널들까지 개국하면 시청자의 볼 권리는 사라지고 선택할 권리는 '이용'할 권리로 변모 될 것이다. 내용은 없고 패턴만 남는 텔레비전.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지금 필요한 건 시청자들의 판단과 선택 능력이다. 

당신의 눈이 가장 큰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느껴봐야 압니다.
-프랭크 부케, <트루맛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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