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시부문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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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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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필수코스>외 2편

<한국여행필수코스>
- 지하철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천국에 가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죠.
바로 ‘지하철’입니다. 그곳은 사실
‘지옥으로 가는 배’입니다. 다른 배들처럼 출렁이죠.
배 안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알아볼까요.
지옥으로 가는 배를 탄 이상 어느 누구에게도
목적지를 물어서는 안됩니다.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이므로
무표정한 얼굴은 당연지사겠죠? 그들을 향해
밝게 웃거나 말을 거는 것도 실례가 됩니다.
관광객들 중 깊은 신앙심으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친다거나
여행비를 벌기 위해 구걸하시는 분은 으레 그렇듯
마지막이 코앞인 사람들의 멸시와 비웃음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또한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융통성이 있는지 지옥으로 가는 젊은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칸마다 구석에 노인석을 지정해 놓았으니
우리 노인 관광객들도 기쁜 마음으로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벽 >

부스럭거리는 소리
새벽 2시, 눈을 떴다.
벽에 걸린 액자 뒤에서?
벌레를 떠올리며 액자를 들자,
순간 증식하는 액자 크기만큼의 벽!
화들짝 놀라 눈을 비비고
이번엔 책상을 조금 당기니,
책상 크기만큼의 벽이
책상을 밀치며 솟아오른다.
불어난 벽의 부피에
짓이겨진 내 삶의 공식.
줄어든 만큼의 공간을 삼킨
포화된 벽의 내장이 꿈틀댄다.
커져가는 내 심장 고동 소리
진정시키려 손을 댄 가슴엔,
미동조차 없다.
벽이 숨쉬고 있다.

< 이유 >

이유를 말해보라고? 너는 언제나 왜 그러냐고 묻지.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너무 많은 이유는 종종 방향을 잃어 아무 이유도 없는 게 되어버려.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그냥’에 질식당한 숱한 처절한 이유들이 내 안에서 슬픔을 호흡하고 있어.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슬픔을 다만 유영하려 했지만, 슬픔이란 놈을 보기좋게 포장하기가 힘들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이미 뜯겨진 심장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술을 먹고 먹어 마침내 그 술이 되고 싶었어.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맑게 흔들리는 술을 먹고 싶었어. 그 술이 되어 흔들리고 싶었어.
“그냥? 술을 먹고 싶었어.”
슬픔을 쪼개 만든 술을 먹고 싶었어. 그 술이 되어 쪼개지고 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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