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에 갇힌 채 정신만 멀쩡히 살아있는 보비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한다. 잠수종(원시적 잠수복)에 갇혀 깊은 바다 속에 떠 있는 모습. 그 안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은 세상과 단절된 보비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운다. 바로 자신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을 깜빡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알파벳을 알리는 것이다. 잠수종에 갇힌 듯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보비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자유로운 나비가 된다. 상상력이 그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비상을 꿈꾸는 한 마리의 나비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게 보비는 기억, 추억, 그리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눈을 깜빡여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5개월 후, 보비는 20만 번의 눈 깜빡임을 통해 장장 130페이지의 책을 완성한다. 그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안겨준 <잠수복과 나비>다.
한순간의 사고로 보비의 삶은 밑바닥으로 추락했고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렇지만 보비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자유로운 나비를 꿈꿨다. 나비의 모습은 물 속으로 무겁게 가라앉는 잠수종과 대비돼 생명력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한 단어를 위한 수십 번의 날개짓. 그렇게 그는 나비가 되었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돼 마음껏 날아오른 보비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찾아온다고. 삶은 가치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는 말한다.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나비들을 만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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