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진정 부실대학인가
그들은 진정 부실대학인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10.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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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
  정부는 대학 정원 미달로 인한 피해 예방책과 학력인플레이션 심화를 막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1996년 대학설립 인가기준이 완화된 후 우리나라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대학들이 설립됐다. 학력을 중시하는 우리사회는 대학설립과 맞물려 전국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학 수도 많고 대학생도 많은 지금과는 달리 저출산 문제가 앞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이 정원 미달로 재정부실 등의 문제에 직면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력인플레이션의 심화다. 대학 진학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우리나라는 현재 학력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학력인플레이션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늘어나지만 일자리 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결국 정부에서 저출산과 학력인플레이션,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이번 부실대학 발표를 진행한 것이다. 내실 없이 학생의 머릿수만 채우는 대학의 규모를 조정해서 대학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현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목표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반값등록금’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정부 예산을 대학 등록금에 지원하려면 부실대학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부실대학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부실대학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일까? 교과부는 자체에서 설정한 교육지표를 통해 부실대학을 선정했다. 교육지표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수준 ▲대출금 상환 등으로 이뤄져있다. 4년제 대학은 8개 지표, 전문대는 산학협력수익률을 추가한 9개 지표가 적용됐다. 여기에 수도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방대학의 여건을 고려해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하위 10%를 선정한 뒤,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각각 5%를 추가로 선정했다.

  정부는 우선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위 85%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명단에서 빠진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되며 일부 대학은 경영컨설팅 작업 이후 퇴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되거나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부실대학 선정기준의 모호함
  부실대학을 선정한 지표 중 많은 논란을 낳은 것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었다. 우리대학 대학평의원회 의장 윤지관(영어영문) 교수는 “예술계의 경우 정부의 취업기준인 4대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취업률 상정은 잘못된 것이다”며 대학의 특성이나 전공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잣대로 대학을 평가한 이번 평가를 비판했다. 졸업 후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계의 경우 취업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정부의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평가의 주요기준을 취업률로 삼은 것 역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대학교육을 취업 목적으로만 생각한 정부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취업률을 중요시한 것은 대학을 순수학문 탐구의 공간이 아닌 이윤을 창출하는 곳으로 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대학 김수림(국제통상 4) 총학생회장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단순히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대학과 교육의 공공성을 파기하고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부대학의 경우 유학생의 수로 학생 머릿수를 채운 부실대학이 그동안 정부에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런 부실한 대학에 대해 비난여론이 쏟아졌고 이번 평가를 통해 부실대학들은 위기를 맞이했다. 김수림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의 경우 교육에서 소외된 동남아시아 지역의 학생들을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유치·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과 단순히 외국 학생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대학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지관 교수는 “대학들이 생존전략으로 자격미달의 유학생들을 국제화라는 명목하에 받아들이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대학의 국제화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정부의 부추김이 낳은 결과이다”라고 했다. 대학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정부의 요구에 맞춰 입시요강도 바꾸고, 정책을 바꾼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정부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고 대학의 특성과 진정성은 사라진다.

  이번 평가의 제일 큰 의문점은 부실대학 명단에 적립금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사학비리에 연루된 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밝혀야 할 것은 지나친 채 획일적인 지표에만 의존한 결과이다. 김수림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표는 장기적으로 대학의 성격 자체를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장난을 치고, 교육을 하지 않고 있는 대학들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대학에 필요한 것은
  부실대학 발표 이후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들은 바짝 긴장하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대학 살리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대학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윤지관 교수는 “우리대학 역시 특성화와 교육의 내실을 기르는 것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교육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며 “다른 큰 규모의 대학과는 달리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학생교육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수림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우리대학이 저평가 받고있는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대학은 교육환경, 1인당 교육비, 학내 여건, 교수님들의 연구, 취업률 등에서 높은 지수를 보이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이 이에 자긍심을 가지고 대학 측에서도 여대라는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면 우리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앞으로 정원미달과 학력인플레이션의 예방을 위해 정부는 계속해서 대학의 규모를 조정하고자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사활을 건 경쟁구도로 치달을 것이다. 경쟁의 바람에서 비교적 소규모인 우리대학이 살아갈 길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에겐 오히려 이번이 대학의 내실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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