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어둠을 돌아보다
역사의 어둠을 돌아보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1.10.1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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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을 여행 추천지로 꼽고 목적지로 택한다. 그런데 최근 그와는 반대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다크 투어리즘’이다. 다크 투어리즘이 왜 새로운 관광 형태로 각광받고 있는지, 역사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새로운 여행문화의 탄생
  다크 투어리즘은 단순한 관광이나 휴양 목적의 여행이 아니다. 역사 속 비극의 현장을 찾아 그곳에서 일어났던 비극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시금 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바로 여행의 의미가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국립 5·18 민주묘지, 제주 4·3 평화공원. 이들은 모두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이외에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역시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로 지목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다크 투어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의 여행문화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의 확산
  사실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다크 투어리즘을 경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소풍으로 역사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해봤을 것이며 4·19를 기념해 우리대학 근처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는 소식도 접해봤을 것이다. 이것 역시 모두 다크 투어리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이러한 현상이 문화의 한 형태로, 여행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 한 것일까?

  서울대학교 정근식(사회학) 교수는 “관광 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자연과 문화 중심의 관광이 다변화되면서 다크 투어리즘이 떠오르고 있다”며 “세계적 탈냉전과 현대사에 대한 관심의 고조 역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를 찾는 관람객 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18 대구 지하철 참사를 교훈 삼아 안전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의 한승철 관장은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학생, 일반인, 장애인,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직접 체험을 한다”며 “매월 관람객 수가 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낙동강 호국평화벨트사업, 태안 환경대축제, 대구 순종 어가길 체험 등 여러 지역에서 다크 투어리즘을 통한 관광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그러나 다크 투어리즘은 아직 역사도 짧을뿐더러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우선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관광객들에게 이에 관해 교육하기 위한 시설을 설립하기까지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역사의 참혹함만을 내세워 미화시킨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경우 일본은 분명 수없이 많은 사람을 학대하고 학살한 가해자임에도 불구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서의 일면만을 내세운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사의 참상을 되살리는 것 그 자체다.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슬픔이고 상처일 사건인 만큼 그것을 관광 상품화하는 데에 대한 경계를 위해 오랜 시간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을 경험하는 여행가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가벼운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 역사를 진지하게 인식할 줄 알아야 함은 물론 비극의 현장을 역사 교훈의 장으로 허락한 유족에게 감사의 뜻과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비극적인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크 투어리즘의 참된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크 투어리즘이 관광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좋지만 더 이상 새로운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근식 교수는 “역사를 다루는 것이니만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평화 및 인권의식을 고양하고 상업주의적 문화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다크 투어리즘의 가능성을 말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우리말로 ‘역사교훈여행’이라 한다. 즉 비참한 역사의 현장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이 바로 다크 투어리즘의 의의라 할 수 있다. 영어 속담에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이것이 다크 투어리즘에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교훈이자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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