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한국의 경우
선거, 한국의 경우
  • 정선영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 승인 2011.10.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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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선거, 일본의 경우 2(고치현 쿠로시오쵸의 경우)>에서 영화 프로듀서 니나가와 스미무라는 시코쿠의 한 구석 쿠로시오쵸라는 아담한 쵸(우리나라의 경우 ‘읍’에 해당함)의 쵸장을 뽑는 선거에 입후보를 결심한다. 쵸장선거에 나온 후보는 니나가와를 포함한 세 명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니나가와는 ‘고령화된 촌락에 젊은이들이 돌아올 수 있게 현재 22명인 쵸의원을 10배 늘려 220명 선출하는 대신 임금을 줄이자’라는 공약을 설파한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작은 촌락에 청사를 새로 짓거나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공공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1998년 일본의 건설부문 투자액은 국내총생산액의 18% 수준인 약 75조 엔(한화 77조 원)으로 유럽공동체(EU)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건설경기를 활성화해 불황을 극복하는 보편적인 정책을 내놓았고 정부와 건설업체들은 손을 맞잡고 맨땅이 보이는 곳마다 무엇이든 지어냈다. 논밭 옆으로 공장들이 들어서고 산골짜기에 곧게 잘 뻗은 도로가 놓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일본정부의 이런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불황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공공사업의 전면축소를 내세우기에 이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정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유치하고 확충할 것을 외쳐대고 연말이 되면 남은 예산을 제 곳에 쓰지 못해 멀쩡하던 도로가 뒤엎어진다.

  이처럼 니나가와는 조그만 지방의 읍 선거를 통해 후보자 혹은 정치인들과 자본 사이의 치졸한 관계를 끊임없이 드러내려 노력한다. 한때 자신이 꿈꾸고 자랐던 고향은 사람도 도시도 모두 늙어 버렸고 젊은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는 언제나 즐거워야 하며 희망적이어야 한다. 투표로 세상을 바꾸고 선거를 통해 삶을 개선하는 것. 바로 선거는 우리가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선거는 역사적이다. 오는 10월 26일에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그리고 2012년 4월에는 국회의원선거와 12월엔 18대 대통령선거가 우리의 선택과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불확실이라는 선거의 속성상 어떤 결과도 예단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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