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에서 세상을 읽다
만화 속에서 세상을 읽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1.11.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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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이원복 교수(이하 이 교수). 세계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민족성 등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해석으로 많은 독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 <먼 나라 이웃나라>의 작가이기도 한 그가 올해로 우리대학에 재직한지 27년째를 맞았다. 이 교수를 만나 그가 바라본 세계와 우리대학과의 인연, 앞으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계를 향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때
  이 교수의 대표작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1987년 첫 출간 후 ‘교양 만화’ 열풍을 일으켰으며 그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 발간된 <먼 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을 쓰면서 이 교수는 그간 우리가 자유와 인권,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봤다는 걸 절감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는 인권이 없다’ ‘민주주의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중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시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 비록 현대사에서 아픔을 겪었을지언정 중국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문화·콘텐츠의 시대인 오늘날 국가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유지해 왔기 때문이지.”

  이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 중심이었던 세계의 질서가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극 체재로 재편되었다가, 결국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아시아에 속해있는 우리나라는 결국 중국 세력권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국 세력권에 들어간다고 해서 종속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소위 아시아적 가치가 부상하면서 혼란이 왔어. 우리 머릿속에선 지금 공자(동양)와 플라톤(서양)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두 사고가 협력하면 한류 같은 시너지, 파괴력이 생겨. 한국대중가요(K-POP)로 상징되는 한류,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불고기 버거와 라이스 버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지.”

  많은 만화 소재 가운데 왜 역사를 선택했을까.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역사는 사람을 지혜롭게 해. 역사를 공부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쭉 훑어볼 수 있지. 살아온 방식이라는 것은 즉 경험이니까. 경험을 통해서 사람은 슬기로워지지. 인간에게 지혜를 준다는 점에서 역사는 중요해.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지혜야. 지식이 하나의 방법이라면 지혜는 하나의 통찰이지”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먼 나라 이웃나라를 그리기 위해 해당 국가를 수없이 여행했다. 나라별로 평균 20회 정도 방문했고, 일본은 무려 40회나 곳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일본을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나라로 알았는데 세계에서 우리나라랑 가장 다른 나라더라고. 젓가락 놓는 방법부터 철학적인 면까지 다 달라.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나라마다 다른 면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발견할 수 있지. 또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다른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경우도 많아. 예컨대 프랑스 사람 중에는 에펠탑이 흉측해서 보기 싫다는 사람도 있더라고.”

  여러 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이 교수는 ‘역사는 일종의 퍼즐 맞추기’ 같다고 말했다. 그 퍼즐 맞추기가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냐고 묻자 “아직 멀었어. 대충 세계지도 윤곽만 잡힌 상태야. 모든 나라의 역사를 다 알아야 세계지도가 그려지는 거지. 우리가 갖고 있는 건 한국 퍼즐과 중국, 일본 퍼즐, 미국 일부 퍼즐 뿐이잖아”라며 하나의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닌 그것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덕성과 함께한 27년
이 교수는 1984년 9월 1일 우리대학에 부임했다. 종로에서 쌍문동 캠퍼스로 이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던 만큼 스스로를 ‘쌍문동 캠퍼스의 산증인’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너무너무 놀랐어. ‘이렇게 예쁜 학교가 있다니!’하고 말야. 지금까지 내가 본 어떤 학교보다도 가장 아름다웠지.”

 

이 교수가 지향하는 수업 방식은 무엇인지,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우리학교에 들어온 내 제자들은 제2의 이원복이 되기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야. 그래서 내 스타일은 절대 요구하지 않아. 학생이 자기 스타일 찾아가게끔 인도하고 격려하는게 내 역할이지. 그래서 많이 안 고쳐줘. 중요한 건 자기 개성을 살리는 것이거든.”이라며 “이렇게 수업하면서 가장 가까웠던, 친근했던 교수님”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35년 전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을 했다. 당시 9년 넘게 수업을 받았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종교기관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모두 충당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독일에서 내가 받은 혜택을 돌려줄 차례”라고 말을 이었다.

  이 교수는 현재 장학사업을 위해 ‘꿈 나눔터 먼 나라 이웃나라’를 설립중이다. 이미 장학사업의 수혜자로 두 명의 아이티 학생을 선발했고 내년 2월 우리대학에 유학 올 예정이다. “그 학생들이 가져가야 할 것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야. 한국의 팬이 되어서 돌아가는 거지. 내 꿈은 이렇게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는 게 큰 목적이지만 개인적인 행복으로 끝나도 괜찮아.”

  이 교수는 갓 부임했을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로 ‘학생들’을 꼽았다. “요즘 학생들은 능동적이고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도 강해서 보기 좋아.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게 있어. 신문을 안 읽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인 것 같아. 활자를 읽는다는 것과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거든. 활자를 보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생각들을 연상 해나갈 수 있지. 그런데 비디오나 사진 같은 것은 우리가 무언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순간적으로 두뇌에 바로 인식이 되어버리거든. 활자를 읽으면 좀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면이 활발해질 수 있지. 그래서 활자문화가 중요하다는 거야. 만화책의 경우는 글자도 있고 그림도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매체라고 할 수 있지.”

  이 교수에게 만화란 무엇일까. “만화는 놀이야. 만화 속에선 모든게 가능하니까. 원하면 해저여행, 우주여행도 할 수 있고 내가 갑자기 전사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변신도 가능하지.”

  만화적 상상력으로 ‘먼 나라’를 ‘이웃나라’로 끌어들인 이원복 교수. 그는 ‘세계’라는 폭넓은 주제로 만화의 안과 밖을 여행하면서 꿈을 실현해가고 있었다. 이제 ‘먼 나라, 이웃 나라’를 모두 끌어안을 만큼 우리 마음의 창을 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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