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행동경제학
웰컴 투 행동경제학
  • 곽준식 동서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
  • 승인 2011.11.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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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2년 대니얼 카너먼(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라 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의 위기와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으로 각광받으며 행동결정이론, 인지경제학, 경제심리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다
 행동경제학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과 달리 감성과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행동경제학에서는 실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나아가 이런 행동의 결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한다.
 기존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 경제학에서 보는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존재로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관된 선호를 갖고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며 감성적인 존재로서 상황에 따라 선호가 바뀔 수 있다. 또한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대안을 선택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때때로 예측 불가능하다고 본다.
 행동경제학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을 정리하면 휴리스틱과 프로스펙트 이론이 있다.


휴리스틱과 편향
 휴리스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완전하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을 말하는데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해준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때때로 사람들의 판단오류나 판단편향을 유발한다. 휴리스틱에는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 대표성 휴리스틱, 그리고 기준점과 조정이 있다.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건의 빈도나 발생 확률을 판단할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예나 연상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회상이 용이할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장점을 10개 생각하라고 한 경우보다 1개 생각하라고 했을 때 평가가 더 긍정적인 것은 10개보다 1개인 경우 장점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사건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통해 빈도와 확률을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린다는 서른 한 살이고 싱글이며 외향적이며 매우 밝다. 린다는 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대학생 때 인종차별과 사회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설명한 후 사람들에게 ①린다가 운동가일 확률 ②린다가 은행 창구직원일 확률 ③린다가 은행 창구직원이면서 운동가일 확률에 대해 예측하라고 했을 때 ③이 ②보다 확률이 더 높다고 답한 것도 운동가가 린다의 특성을 대표할 만한 직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사건에 대해 예측·판단을 할 때 미리 제시된 기준점에 영향을 받아 1차적으로 예측·판단을 한다. 그 후 이러한 예측·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조정과정을 거치지만 그런 조정과정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류나 편향이 나타난다. 이를 기준점과 조정이라 한다.


프로스펙트 이론
 1979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기존 경제학의 효용함수와는 다른 준거 의존성, 민감도 체감성, 손실 회피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함수인 프로스펙트 이론을 제시했다.
 준거 의존성은 사람들은 절대적인 변화보다는 상대적인 변화에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준거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3천 8백만 원인 사람과 3천만 원인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 것 같은지 물으면 당연히 연봉이 3천 8백만 원인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년 연봉이 각각 4천만 원과 2천 8백만 원이었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연봉 3천 8백만 원보다 연봉 3천만 원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바로 준거점 때문이다. 
 민감도 체감성은 이익이나 손실의 액수가 커짐에 따라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품 가격이 3만 원에서 3만 3천 원으로 인상된 경우와 30만 원에서 30만 3천 원으로 인상된 경우 인상된 가격은 같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민감도 체감성 때문이다.
손실 회피성은 사람들이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라 해도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더 크게 느껴 손실(고통)을 줄이려고 하는 성향을 말한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보유효과(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것), 성향효과(주식투자 시 이익주는 빨리 팔고 손실주는 늦게 파는 성향), 현상유지효과(의사결정을 할 때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현재 혹은 이전의 결정을 유지하려는 성향), 매몰비용효과(시간, 돈, 노력을 투자해 어떤 결정을 한 후 과거의 결정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와 같은 사람들의 행동 성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 정책에서의 활용 
 미국에서는 이미 학계와 주요 정책결정에 행동경제학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연방준비위원회는 내부에 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치해 행동경제학 관련 학술대회를 열어 개인의 의사 결정이 거시 경제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공정 거래 및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역시 학술대회를 개최해 소비자 의사 결정 편향 사례 발표 및 정책 적용 방안을 토론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선거운동 단계부터 행동경제학 교수를 경제 자문단의 일원으로 참여시켜 행동경제학의 정책 적용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정책결정에서 행동경제학 적용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행동경제학 관련 연구나 관심은 초기 성장 단계라 할 수 있다. 최근 행동경제학이 제도 설계 및 정책 응용뿐만 아니라 시장 설계에까지 이용되고 있는 만큼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보다 활성화한다면 국가정책결정, 기업의 활동, 나아가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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