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1.11.2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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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데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홀리데이>는 88올림픽 당시 ‘지강헌 사건’이라고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속 주인공 강혁은 500여만 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600억 원을 횡령하고도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2년 8개월만에 가석방된 사람도 있다. 강혁은 사회의 부조리함 앞에, 권력에 흔들리는 법 앞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이에 강혁은 보호감호법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다른 교도소 죄수들과 뜻을 모아 탈옥을 감행한다.
 보호감호법이란 죄수의 재범 가능성에 따라 수감 생활을 마친 뒤 일정기간 감호소에 더 머물도록 하는 법이다. 보호감호 선고를 받은 사람은 보호감호시설에 수용돼 직업훈련과 근로 등을 받았다. 보호감호법은 2005년 폐지 후 최근 재도입됐다.

 강혁과 일당은 가정집을 돌며 인질극을 벌인다. 그런데 인질들은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강혁 일당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인질범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그들을 위해 눈물 흘리며 그들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분노에 같이 동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어 오히려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심리현상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한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최은하(경찰교정) 교수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의 범죄자에 대한 단순한 동조로 볼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이해해야 한다”며 “홀리데이의 경우를 봐도 사회의 또다른 소외계층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해 범죄자들에게 공감을 하게돼 동정심이 이해심으로 그리고 동조하는 행위로 연결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경찰과 대치를 벌이던 강혁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경찰과 기자,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외친다. “죄가 있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죄가 없어도 돈이 없으면 유죄.”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현실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권력이라는 이름 앞에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되는 세상. 법은 강한 자만을 위한 것인가? 힘이 있어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겉만 번지르르한 국가의 잘못된 권력 아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강혁의 외침이 아직도 우리 사회 이면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저 안타깝고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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