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전쟁
당신과 나의 전쟁
  • 김수경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창작지원팀장
  • 승인 2011.11.2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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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얼핏 지나던 텔레비전 속 화면이 마치 다른 세상, 다른 시대를 담고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나와 똑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해고도 파업도 투쟁도 익히 봐왔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달랐다. 수도와 전기가 끊긴 공장에서 주먹밥으로 연명하던 사람들을 향해 경찰이 테이저 건(전기 충격기 또는 무기)을 발사하고 최루액을 살포했다. 2009년 5월, 평택의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들에게 벌어진 일이다.

  2011년 11월 부산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한진중공업이 해직 노동자에 대한 해직 철회를 약속했고 352명의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희망을 얻은 것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싸워 온 조합원들의 노고와 희망버스를 위시로 한 든든한 지원군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 기분 좋게 마무리된 시점이다. 허나 기뻐할 새도 없이 같은 날 2년 전 똑같은 일을 겪었던 쌍용에서 19번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해직자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움직이지 않는 엄마를 어린 아들이 발견했다. 목숨을 끊고 18번째로 돌아가신 노동자의 발인 불과 이틀 후의 일이었다. 쌍용자동차는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반동분자’로 낙인이 찍힌 해직 노동자들은 재취업의 길도 막혀버렸다.

  태준식 감독의 <당신과 나의 전쟁>은 ‘94일을 굶고, 64명이 죽고 77일을 옥쇄 파업을 해야 겨우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기다. 이제는 더 이상 쌍용자동차에서 일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투쟁의 이유와 목적, 이후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동시에 이 싸움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것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바짝 다가온 현실이며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혹은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안락한 소파의 당신은 대체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할 것이냐 라는 질문을 담담히 던진다.

  2009년 쌍용 투쟁을 거치며 한 공장에서 일하던 정규 노동자들의 외면, 대중들의 무관심, 경찰의 반인권적 과잉 진압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실제로 전쟁을 겪은 수준의 심리적 고통 속에 있다. 그렇기에 당신과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쌍용에서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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