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포기제도, 서로 다른 두 입장
학점포기제도, 서로 다른 두 입장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12.1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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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되는 취업난에 높은 학점은 필수항목이 된 지 오래다. 이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초과한 학점을 포기하는 학점포기제도가 이용되고 있다. 낮은 학점을 포기해 평균 성적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의 학점포기 최대 학점은 6학점 이내이다. 그러나 “다른 학교보다 포기할 수 있는 학점이 적어 불리하다”며 학우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점포기제도의 안 좋은 측면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에 논란의 중심이 된 학점포기제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포기할 수 있는 학점 늘려주세요
  ‘이미 취득한 성적에 대해 이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성적포기는 일반 성적포기와 졸업 전 성적포기로 이뤄져있다. 일반 성적포기는 동일과목이나 대체과목이 없는 재수강이 불가능한 과목에 한해 성적을 포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점포기제도는 ‘졸업 전 성적포기’에 해당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졸업학점을 초과하여 학점을 취득한 경우에 한해 마지막 학기에 6학점 이내의 성적을 포기할 수 있다. 단 졸업 필수과목인 대학영어, 이해와 소통, 핵심교양 과목은 성적포기가 불가능하고 F학점을 포함해 성적을 포기할 수 있다. 교무과 정지영 주임은 “우리대학에 학점포기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1년도 쯤이다”며 “당시 타 대학에서 학점포기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우리대학도 학생들에게 성적에 이익을 주기 위해 학점포기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거쳐 도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우들은 우리대학의 학점포기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학점포기의 폭이 너무 적고, 6학점은 1~2학점이 많았던 옛날에 정해진 기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대학의 학생 평가기준인 상대평가로 인해 졸업을 앞둔 3, 4학년 학우 중 성적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점포기의 폭이 좁아 계속수학을 신청하고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을 많이 해 시간과 돈이 낭비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 학점포기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학우들이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학우들은 대체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학점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타 대학의 경우
  학점 취득을 위한 경쟁이 공학에 비해 비교적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여대의 경우 학점포기에 대한 요구도 공학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 여대는 학점포기제도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우선 동덕여대의 경우 학점포기제도가 없다. 그리고 이화여대와 서울여대의 경우 우리대학과 마찬가지로 졸업학점 기준에서 초과된 학점 중 6학점을 포기할 수 있다. 성신여대는 현재학기 중 직전학기까지 들은 과목 중 2과목에 한해 학점을 포기할 수 있다. 또한 졸업학점 기준인 140학점을 넘긴 졸업예정자의 학점은 초과하는 만큼 취소 가능하다. 졸업 한 달 전 마지막 학기에는 F학점이 모두 사라진다. 숙명여대는 졸업예정자에 한해서 12학점 이내를 포기할 수 있다.
  학점포기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6학점 이내를 포기하는 것을 규정으로 삼고 있고 기준이 더 완화된 학교나 실시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이 우리대학과 마찬가지로 졸업예정자에 한해서 학점포기제도를 실시하고 졸업학점을 초과한 경우에만 학점포기를 허용하는 등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과도한 학점포기를 막기 위해 기준에 제한을 둔 것이다.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있다
  학점포기제도에 대해 정지영 주임은 “학생들의 성적을 높여주는 등 많은 이익을 가져오는 제도다”라며 “그러나 과도한 학점포기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포기 학점을 늘릴 경우 학점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의 점수가 높아져 학생들만 더 힘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열심히 학점관리를 한 학생이 아니라 학점포기로 성적을 높인 학생이 취업이 된 억울한 경우도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측에 엄격한 학사관리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학평가 기준에 학점포기제도 허용수준이 들어가 대학이 함부로 포기 학점을 늘릴 수 없다. 학점포기를 늘려 대부분의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경우 해당 대학은 좋은 평판을 듣기 힘들다.
  학점포기제도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학점포기제도는 ‘높은 학점을 강요하는 사회가 낳은 제도’라는 것이다. 기업은 학점을 통해 학생의 성실도를 측정하고 이를 취업에 상당부분 반영한다. 이러한 기업의 방침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을 갈구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학점포기제도다. 이미 받은 성적을 높이는 길은 학점을 포기해 성적을 올리는 것 이외엔 없다. 이를 감안해 한 대학이 학점포기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대학도 학생들의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이유로 이를 도입하게 된다. 결국 무한경쟁사회를 더욱 긍정하고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바꿔야 할 것은 인식과 시각
  학점포기제는 손 쉬운 학점관리 수단이지만 동시에 대학 경쟁력의 질적 수준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트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때문에 학점포기제에 대한 논의에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 반영 주장이나 학우들과 정부 정책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아닌 깊은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대학당국의 경우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친 정책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건의사항이 올라온다는 것은 결국 학우들과의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인원이 적고 성적을 잘 받아야 할 4학년 과목이 상대평가로 이뤄져 열심히 하더라도 점수를 낮게 받는 경우가 있는데 포기 가능한 학점이 적어 이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학우들의 주장에서는 상대평가의 문제점이 엿보인다. 이에 학점포기제도가 없는 동덕여대는 3, 4학년 과목을 절대평가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처럼 평가 자체에서도 상황에 따른 유연한 방식 적용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학우들의 요구에 다양한 근거를 갖춰 답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도 학점포기제도를 다르게 보는 시각이 생겨야 한다. ‘안 좋은 학점은 포기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보다 그 당시 최선을 다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눈 앞의 이익을 좇기 보다는 학점포기제도가 결국 모든 것을 갖춘 만능을 강요하는 사회에 힘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취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스펙으로 학점을 갖춰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이 학점으로 판단하는 성실도는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자가 자회사에 들어오기 적합한 경험을 쌓았는지를 더 눈여겨 볼 것이다. 실제로 성적이 아니라 지원자의 독특한 경험과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채용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학우들이 4년간의 대학생활을 통해 쌓아가야 하는 것은 전공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인 학점포기제도. 이제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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