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정치적인 이유
<무한도전>이 정치적인 이유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12.03.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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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MBC 노조 파업으로 가장 안타까운 일은 <무한도전>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무도빠’라면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무모한 도전>에서 시작한 <무한도전>은 장기와 단기 프로젝트를 번갈아가며 항상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인다.

  최근 <무한도전>의 기획은 하하와 노홍철의 ‘말도 안 되는’ 대결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맞대결은 작년 ‘달력 특집’에서 형·동생 논란을 벌이다가 트위터에 대결 신청을 한 글이 발단이 된 것으로 사태는 엄청나게 커지고 말았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확실한 입증. 이 기획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두 사람의 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전혀 가치가 없고 무의미할 것 같은 두 사람의 대결을 엄청난 것으로 키운 <무한도전>의 무모함이다. 대결 종목을 보면 자유투, 캔 뚜껑 따기, 공 받기, 간지럼 참기, 잡지책 펼치기 등 정말 하찮은 것들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이것을 보기 위해 11만여 명이 신청했고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초대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이 대결이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애들 장난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누가 형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하며 몰려들었다. 역시 가장 무모한 이들은 김태호 PD를 비롯한 <무한도전> 제작진이다.


  이번 기획은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획은 우리가 속한 사회의 시스템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비롯한 전지구적 시스템은 ‘신자유주의’로 지칭된다. 신자유주의는 생산과 효율을 가장 중시한다. 이익이 남는 것 혹은 돈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외면한다. 자기계발이나 시간관리 등의 유행은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논리는 철저히 내재적이고 훈육적이다. 신자유주의적 권력은 그렇게 암묵적으로 작동한다.

  <무한도전>은 지배적인 사회의 논리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치 없고 쓸모없는 일, 무의미한 일을 전면에 내세워서 생산과 효율의 이름으로 다른 모든 것을 억압하는 이 시대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무한도전>이 가장 정치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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