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여자] 나에게로의 여행
[책 읽어주는 여자] 나에게로의 여행
  • 조연지 기자
  • 승인 2012.03.0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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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미루어 왔는지 기억하라. 또한 신들로부터 네가 얼마나 자주 기회를 부여받았는지도. 그리고 네가 아직도 그 기회를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기억하라. - 2장 4절

 

 

 

우리들은 항상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어제를 돌아볼 틈도 없고 미래를 바라볼 여유도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현재에 충실하지도 못하다. 항상 이리저리 치여 분주히 돌아다닐 뿐이다. 그런 현대인들을 위해 서점에는 자기계발서들이 난무하지만 표지만 바뀌었을 뿐 하는 말은 똑같다. 견뎌라, 이겨내라, 싸워라, 그 와중의 작은 행복을 찾아라. 순간의 위로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깊이는 없다.

하지만 여기 1800여 년 전 로마의 황제가 전해오는 이야기는 깊이가 다르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색을 모아놓은 책이다. 여기서의 명상이란 요즘 흔히 생각하는 동양적인 명상이 아니다.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함. 또는 그러한 생각’이다. 삶에 대한 깊은 관조를 통해 나오는 생각들을 쭉 정리해놓은 것이 바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담담히 생각한 바를 적어놓은 그의 글들은 시대를 넘어서 현대인의 마음까지도 울린다.

 

 

 

도덕적 인격의 완성은 흥분하지도 않고 무기력하지도 않으며 위선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날마다 그날이 마지막 날인 듯이 살아가는 데 있다. - 7장 69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제국에서 다섯의 현명한 황제가 연이어 통치한 시대의 마지막 제왕이었다. 하지만 그의 글엔 황제로서의 위엄이나 가식이 전혀 없다. 충고도 아니고 잔소리도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생각한 바를 쭉 적어놓았고 그것이 그대로 날아와 박힌다.

또한 아우렐리우스는 생전에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적어도 이 명상록 중 일부는 게르만 부족들과 전쟁을 하는 기간 중에 저술된 것이라 한다. 수많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아우렐리우스는 동요 없이 계속 자기 자신과 마주할 뿐이다.

물론 스토아학파라는 이유로 몸과 몸에서부터 나오는 욕구를 무조건 부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우렐리우스는 사람이 죽는 것을 ‘원자들의 복잡한 상호 결합의 해소이거나 무감각한 요소들의 분산’으로 봤다.

 

 

 

육체를 경멸하라. 육체란 더러운 피, 뼈 무더기, 그리고 신경과 정맥과 동맥으로 구성된 조직체일 뿐이다. - 2장 2절 中

 

 

 

하지만 그 스스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나는 베네딕타에게도 테오도투스에게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그 후 한때 그들에 대한 사랑의 격정에 빠지기는 했지만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1장 17절 中

 

 

 

원래 이 <명상록>은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아니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의 내면으로 혼자 조용히 침전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우리도 그의 글을 읽으며 조용히 내면으로 가라앉아 보자.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잠시 모든 걸 내려두고 아우렐리우스의 도움을 받아 저 밑바닥의 자신과 대화해보자. 분명 그 어떤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 보다 더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의 내면을 파라. 너의 내면에 유익함의 샘이 있고, 네가 파기만 한다면 그 샘은 항상 샘솟아 넘칠 것이다. - 7장 5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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