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단론과 유랑하는 몸들
몸단론과 유랑하는 몸들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승인 2004.02.28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짱 바람이 분다. 인터넷 인기 검색어 1위, 신문과 공중파의 특집 보도, 경쟁적인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등은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어느 정도로 큰지를 시사한다.
 예쁜 얼굴, 잘 빠진 몸매의 소유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문화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가 몸담론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그당시 몸담론은 지나친 이성과 지식 중심, 정신지향 등 근대의 권력적 담론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몸담론은 또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지향한다. 여성의 경우, 지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급한 직종의 여성은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와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날씬하지 않으면, 외모가 특출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고급한 직종이 아니어도 취직이나 결혼 등 모든 문화가 몸매와 외모를 중시한다. 하지만 훌륭한 몸매 뒤에는 지속적인 자기관리와 엄청난 투자라는 경제논리가 숨어있다. 쉽게 말해 몸 관리를 받고 교정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이미 나누어져 있다는 말이다.
 일산 '봄날이' 아줌마의 몸은 인터넷, 매스컴, 휘트니스의 합작품이다. 5년 이상을 휘트니스에서 단련했다. 인터넷은 잘 조련된 몸을  동영상으로 제공했다. 이것은 폭발적인 관심과 엄청난 조회수, 팬사이트와 몸짱사이트의 개설, 몸짱대회 등등으로 확산되었다. 메스컴은 연일 몸짱과 아류 몸짱, 그리고 몸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소개함으로써 볼거리를 제공하며 시청률을 확보했다. 몸짱이 되고픈 사람의 욕망을 부추긴 휘트니스는 몸관련 상품과 함께 날개를 달고 매출고를 올린다. 이런 현상들은 몸 산업을 양산한다. 불량 식품과 가짜 약품, 엉터리 기계들과 무리한 수술 등이 탄생한다. 몸 관리에 급급한 사람들은 부작용과 요요 사이를 유랑하며, 정체성을 잃은 채 기계와 약품의 하수인이 된다. 뿐만 아니다. 얼짱,  노래짱, 마음짱 등등의 신조어가 파생되는가하면 심지어는 청문회 얼짱, 강도 얼짱 등의 그야말로 '짱나는' ~짱문화 일색으로 우리문화는 달려나간다. 문제는 이  ~짱문화인 것이다.
 짱이라는 용어는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의 하나였다.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힘께나 쓰고 반항적인 부류를 일진 혹은 일진회라 불렀는데 이 일진의 우두머리급을 짱이라 했다. 그렇다면 우리문화는 초등학교의 짱문화를 결코 넘지 못하는 저급한 수준인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근대 이후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측정되고 측량되어 왔다. 그 결과 몸들은 평균을 향한 욕망의 포로가 되었다. '~짱'과 이의 반대개념인 '~꽝'으로 구현되는 흑백논리적인 이분법은 우리 문화를 1등(우등)아니면 꼴등(열등)으로 편가르며, 수많은 비짱들을 열등한 몸으로 타자화한다. 인간의 가치와 삶의 질의 목표를 우등에 두고 수많은 비짱들을 강박하며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담론과 문화를 바꾸어야 할 때다. 짱·꽝의 이분법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지향하는 문화로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짱문화는 확대 재생산될 것임에 틀림없다.
  '봄날이' 아줌마는 40대 주부다. 자신감을 지니고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몸관리에 들어갔고, 몸의 성공을 비슷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신문에 글을 띄었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넷 신문은 '니들에게 봄날을 돌려주마'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제공했다.
 봄날이라…. 우리는 봄날의 한가운데서 봄을 만끽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봄날이 또 필요하다는 말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