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주요국들의 이해관계
이란과 주요국들의 이해관계
  • 최지원 외교안보연구원 유럽아프리카연구부 연구원
  • 승인 2012.03.05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보고서’를 발표하자 세계의 모든 관심이 이란에 한데 모아졌다. 곧, 미국을 주도로 한 서구 국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기존에 비해 더욱 강력한 제재 움직임에 착수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 목소리를 내며 제동을 걸고 나와 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삐걱거리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사회에 집중이 된 이란
국제사회가 이란을 중심에 두고 이토록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란의 지정학적 중요성에서 기인한다. 이란은 아시아, 유럽, 중동의 세 개 지역으로 이어지는 대륙 간 통로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는 이란이 역내 세력균형은 물론, 국제 질서의 확립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란은 자원의 보고로 잘 알려진 카스피해와 인접해 있으며, 일일 평균 1,700만 배럴, 즉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아 있다. 석유매장량 세계 5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이란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란은 한국의 7배 규모의 국토를 갖고 있으며 인구가 7,500만 명에 달하는데다 발전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란은 이슬람의 소수 분파인 시아파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시아파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역내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반미, 반이스라엘 정서를 인근 아랍 국가들에 확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다차원적인 전략적 중요성과 복잡다단한 정체성을 가진 이란이기에 이를 둘러싸고 국가들마다 상이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란과 주요국들의 관계
이란의 핵개발을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과거 팔레비 왕조 시절 미국은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 정권이 들어선 이래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하마스(Hamas), 헤즈볼라(Hizbullah) 등 미국이 ‘테러집단’이라 명명한 세력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키워 온 미국은 최근 핵 프로그램을 계기로 이란 압박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빈번하게 외세의 간섭에 시달려 옴으로써 ‘자주권’ 문제에 상당히 예민한 이란 역시 미국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독단적 태도를 막기 위해서는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서방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의 이러한 민족주의는 핵개발 전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 역시 비극적이다. 이란의 강경 세력들은 이스라엘을 불법적으로 설립된 국가, 신성한 이슬람의 영토를 부당하게 차지한 강탈자로 여긴다. 미국 제국주의의 역내 대리인으로 취급되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바탕으로 이란은 반이스라엘 조직들을 지원해 왔으며 이로 인해 양국 관계는 악화기로를 걷고 있다. 더욱이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니 이스라엘에게는 이란이 최대 적국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란의 핵개발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대 이란 군사 공격 감행까지 주장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란은 다수의 아랍 국가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이다. 특히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들은 왕실을 무너뜨린 이란의 혁명 사상이 확산되는 것을 늘 염려해 왔으며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의 소수 시아파가 이란과 연대할 가능성 또한 불안한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해 우호적인 국가들도 존재한다. 이란으로부터 가장 가까이 위치한 강대국인 러시아는 이란의 주요 무기 거래국이자 역내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이슬람 혁명 사상을 외쳐온 이란이 중앙아시아 무슬림들의 지위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란이 대 러시아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이데올로기보다 정치경제적 실리를 추구해온 것이다. 러시아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미국에 비해 훨씬 온건한 노선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이란 핵문제에 대한 해법 역시 쉽게 통일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핵확산, 역내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국제 사회의 공조와 협력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관계국들 간 의견 조율을 통해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야 하겠으나 포괄적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결코 배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